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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Oct 25. 2016

자작나무 산으로 떠난 소풍

잘못 들어선 길의 행운


이서 나선 세번째의 가을소풍은 강원도의

자작나무 숲으로 정했다. 하지만 갈림길에서 

원대리로 가지않고 켐핑장으로 들어서면서

우리는 인적이 드물고 관광버스는 아예 들어

오지도 못하 길로 방향을 잡고 말았다.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전문 등산객인듯 보이는

두 무리의 사람들마리의 사슴(고라니)을

제외하산속엔 우리밖에 없었다. 재빨리

돌아서 가야하나?그러기엔 길이 자연스럽고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헐렁해진 마음으로 

정상까지 가보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가족들의 공통 분모가 빛을 발하는 시간인가.

누군가를 탓하기 보다 여기서 꿀잼을 찾자!



National Geographic의 산악기자가 된

기분으로 아슬아슬하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렸다. 누군가 감탄하는 지점에선 위험한

길의 보루로 맨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끊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태고의

산들이 골속마다 아름다운 자작나무 무리를

안고 서 있풍경은 계속 이어졌다.

"잠깐만!,    

"어~ 여기....."

"그런데 여기 어디야?"

소풍을 위해 준비했던 음식과 커피는 달리는

에서 먹어버린 덕분에  이름도 모르는

산속에서 우리는 에너지가 넘쳐났다.



이미 아득히 멀어진 등산객들과의 거리로

더 고즈넉해졌다. 높고 크고 깊었던 장엄한

산에바라보는 자작나무의 은빛과 둥치

마다에 찍혀진 검정의 조화로움은 얼마나 

수려하던지!!!살살 벗겨지는 저 희디흰

수피는 옛날 그림과 글을 쓰는 종이로 쓰였

다지. G.E은 얼마전 시작한 그림에 열정이

더해졌는지 스케치북을 꺼내 휘리릭 무언가를

그렸다.J는 가슴으로 자작나무 숲이 들어와

3년은 족히 풍경이 마음에 남을거라 했다.

Y은 언제나처럼  한호하는 우리 개개인을

사진에 았고 나는 수채화로 그리고 싶은

절제된 자작나무 무리 고르느라 바빴다.



둘째 Y는 얼마전까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

일을 찾는다고 했다. 긴장도 될테고 새로운

준비로 마음조여올텐데, 그런 갈급함 속에

굳세어질  알기에  함께한 시간내내 우리는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오늘의 소풍이 먼훗날

우리 각자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나는 길 잃은

이 산에서 행복했다.



나는 긍정의 힘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인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종종 생각하며

살고 있다. 한순간도 맥빠져 하거나 앞날을

걱정하며 푸념하지 않게된것은 10여년 동안

살았던 외국에서 치열함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단련된 정신 지금에서야 희노애락에

초연해질 수 있는 여유를 갖게한다.

J는  둘째에 대하여  나에게 말했다.

"사랑한다면 의도적으로라도 아이들의 진로에

무심해지자"고. 본인들 보다 부모가 더 걱정하고,

정보 모아주고, 과정을 확인하고, 격려랍시고

채근하는 일련의 것들은 도움이 되지않는다

뜻이다. 본인이 알아서 잘할것이란 믿음으로

멀리서 아이를 바라봤다.



정상에 오르니 하늘만 있다. 산의 중간 즈음

에서 알게된 이름-가리산-!

잘못 들어선 길에서 우리는
 호젓한가을 소풍을 즐겼고,이젠 산을
 내려가야 한다.

정상에서 내려가던 반대 빙향의길은 의외로

짧았다. 3시간 이상을 가리산에서 머물렀던

우리는 허기 배로 강원도 장아찌와 산나물,

쌈밥과 동태구이 감자옹심이를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엔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 대표격이니 잠시 들러기로 했다. 엄청난

인파에 밀려 숲으로 들어섰지만 막상 자작나무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화려한 등산복과 사람들의

소음에 정신이 없어져 중간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모두가 달려가는 곳보다 한번쯤 마음을
끌어당기는 낯선 곳으로 주~욱 들어서보는
것이 오히려 멋진 실수였다.

인공조림 숲 보다 자연스런 나무들과의 잊지못할

조우를 갖게될 수도 있다. 가리산을 검색해 보니  

한국의 100대 명산이란다. 올들어 네잎 클로버를

셀수도 없이 많이 발견했는데, 덕분에 어떤 길

에서도 이런 행운을 만나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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