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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Oct 29. 2016

그날 밤 만든 홍시 찹쌀떡

주경야독의 가을 밤


 산촌의 밤은 도시보다 깊고 검다. 끝없어 보이는 깜깜한 길을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감 연구소! 조 연구원은 오늘도 바쁘시다. 벌써 일면식이 생긴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연구원의 설명에 따라 찹쌀가루를 반죽하 뜨거운 물에 익혔다.



 세 팀으로 나눠 홍시 찹쌀떡을 만들어야 한다. 한 팀은 딱 봐도 음식 만들기에 서투른 아가씨 팀. 우리 팀엔 베테랑 천기누설 TV 출연자가 있다. 세 번째 팀원 중 한 사람은 손만 갖다 대면 음식을 작품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오늘은 다들 어떤 솜씨를 발휘할지?


          이건 우리 팀의 울퉁불퉁한 익반죽


  모든 것은 수작업으로 진행되었고 한정된 시간 안에 완성해야 했다. 반죽은 끓는 물에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투하하니 곧바로 떠올라 방아를 찧었다. 물론 내가 한 게 아니고 나는 둘러보다 찹쌀떡 안에 넣을 홍시 고명을 깎기했다. 탈삽(감의 떫은맛을 뺀)한 감은 먹어보니 톡 쏘는 탄산수 맛이 났다.




 드디어 홍시로 속을 넣어 동글한 찹쌀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깎아놓은 감은 얼마나 큰지 반죽에 싸니 감이 툭툭 불거진다. 하지만 팥을 넣어봐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반죽을 크게 떼어내  아예 팥과 홍시를 같이 넣는 방법

 써 보았다. 그랬더니 아래의 환상적인 비주얼이 나왔다.



 우리 팀은 모양에 자신이 없어 완성품을 죄다 잘라 놓았고 그러다 먹어버린 것도 많았다. 부엌일이 서툰 아가씨 팀은 뭔가 매끄럽지 못한 제멋대로의 홍시 찹쌀떡을 만들었다-아래 사진 왼쪽. 우린 '못생겨도 맛은 좋아'를 실감하며 제자리에서 만들어 먹는 찹쌀떡의 시간을 즐겼다.

"누가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라고 했던가?

  Nonsense!




 그러나 선수 중의 선수 세 번째 팀은 얼마나 다르지. 정확히 같은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난 반성을 해야 할지? 경험을 더 쌓아야 할지 모른 채 수업을 마쳤다. '못생겨도 맛은 좋았어!'를 되뇌며 집으로 돌아 한가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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