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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Dec 24. 2016

크리스마스이브

서로 잘 지내게 돼서 고마워!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어둠이 내려앉은 산속 마을!  J와 나는 테이블을 마주한 채 앉았다. 할 말이 많지 않은 만큼

웃음으로 서로 손을 토닥였다.

"서로 잘 지내게 돼서 고마워" 며!


 

성탄에 미국에서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두 해째 무산되고 말았다.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봄부터 연락이 온터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게 없어 무작정 그러고 있다가  한 해를 보내게 됐다. 이유는 단 하나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고 와서, 다시 어딘가로 떠나기 직전인지 목소리가 잠겨있다.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는, 전화에 상황이 짐작 나는 괜찮으니 빨리

일 보라고 했다.



 덕분에 생긴 여유로, 계획에 없던 성탄절 장식을 하기로 했다. 매년 쓰고는 투명한 지퍼백에 넣어 퀼트로 만든 리스는 창가에 매달았고, 퀼트 츄리는 흰색  테이블 위에

놓았다. 좋아하는 사슴 두 마리와 촛대와 초들 이 총출동이다.





 리스 안으로 건너편 산의 소나무 두 그루가 보인다. 추위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온 화분 에는  빨간색 남천 열매가 가득하다. 깨진 토분에는 검은색 철사를 단단히 둘러놓았다.




 내린 눈은 포근해진 날씨에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는데. 건너편 도로엔 마을분 몇 이서 산책을 가고 있다. 집 안에서 그들이 잘 보이지만 밖에서는 유리 속의 내가 그들에게 잘 보이지 않기에, 팔짱을 끼고 무심하게 그들을 바라봤다. 개 한 마리가 정처 없이 혼자서 걷다가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성탄절 시기에만 벽에 걸리는  아크릴화 한점도 꺼냈다. 눈 사람 둘은 햇볕 드는 유리창 쪽에 자리했다.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물건들에게 마음을 전하며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사람과의 번번이 어긋나는 만남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낸다.

"아직은 때가 아닌 거구나!" 


지금의 나는 뭐든지 순순히 잘도 받아들인다.


 깜깜한 밤 속으로 걸어 나가 집 앞 가로등 불빛 아래, 도로를 여러 번 왔다 갔다 걸었다. 하늘엔 별들이 가득하다.

모두에게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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