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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an 13. 2017

생일선물

Greenery-삶에 대한 확신


작년 여름 어느날 아이는 내게 무언가를 부탁

하려다 말을 삼켜 버렸다.

"G.E ! 그러면 엄마가 너무 궁금해지잖아,

말해봐." 나는 채근했다.

"엄마! 초록색 잎이 가득한 그림 그려줄 수

있어요?"

"그림이라면 네가 나보다 낫잖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아이가 첫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취업을 준비

때였다. 그때 아이는 큰 고래 한마리를 그려

달라고  했다. 나는 그 날 혼신의 힘을 다해  

바닷물을 힘차게 치고 솟아오르는 대왕고래를  

그려 주었다. 아이의 바램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그림에 담아서.



얼마있지 않아서 아이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고

지금까지 좋은 사람들과 팀웍을 이뤄 일하고 있다.

참 묘한게 '일과 인생살이의 연관관계'다.

일이 없을 땐 일만 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것

지만, 막상 일이 생겨  얽매인 삶을 살아야할 

때는 것으로 부터 자유롭고 싶은 꿈을 얼마나 

강렬하게 꿈꾸는가?



아이의 사무실은 고층빌딩의 20층에 위치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빽빽하게 들어선 이웃 빌딩들의

벽과 아래로는 쉴새없이 달리는 차들과 사람들의

물결보일것이다. 거울유리 같은 창으로는 자신

과 동료들의 일하는 모습비칠테고....

일을 끝내고 돌아가면 집도 역시 고층 아파트.

잘가꿔진 가로수와 맛집과 예쁜 카페들이 즐비

해도 도시인의  마음 속엔 채워지지 않는 고독과

불안과 스트레스와  초조함이 자주 넘실댈것이다.

일 때문인지? 바쁜 삶의 속도와  복잡한 인간관계

 소모적인 속성 때문인지 분간도 잘 되지

않겠지?

이럴 때 갈급한것은 자연이거나 초록일것이다.



아이의 생일은 코 앞이라 더 이상은  미룰수가

없다. 종이를 액자 크기에 맞춰 잘랐다.

넘쳐나는 초록 이미지들을 검색한다. 세상 곳곳

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 준비를 돕고

있다. 무한한 자료들에서 잎이 넓은 monstera

를 뽑았다. 채색은  수수하고 맑은 수채화 물감이

제격이다. 하지만 스케치 부터가 내겐  쉽지않다.

그림을 전공한적도 제대로 그려본적도 없기 때문

이다.다육이 잎 하나와  작은 고사리류를 작게

한장씩, 큰 종이에는  몬스테라를  스텐실 기법

으로 그렸다.



액자에 끼울 유리는 입김을 불어가며  닦았다.

어제부터 시작한 작업을 다 마쳤을 땐 오후 3시!

집 안 곳곳에 햇볕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액자의 뒷면에 아이의 이름을 쓰고 강 하트를

그려넣었다.

"나는 아직도 너를 처음 만났던 감동을 기억해"

"사랑해"

그리고

결혼생활에 대한 생각이 많은 요즘, 딸 나누고

싶은 글귀를 액자 뒤에다  옮긴다.

"A successful marriage requires falling

 in love many times, always with the

 same person."

-Migan Mc Langhlin-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같은 사람과

사랑에 여러번 빠지는것이 필요하다.


작업은  끝났다. 초록 잎과 어울리는 빨강으로

액자를 덮단단한 박스로 포장한 뒤 우체국

으로 갔다. 참으로 한적한 60년대 분위기의

시골 우체국이다.'취급주의' 스티커를 붙인 뒤

아이의 회사로 보냈다.아이는 제 생일에 맞춰

도착할 엄마의 깜짝선물받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 연초록의 기운이  생명력과 활기를 안겨

주기를 바라며 우체국 옆  대안학교 운동장 서너

바퀴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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