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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an 14. 2017

시골마을의 이웃 이야기

그녀를 위한, Bravo!


 주인공을 알지 못하는 생일잔치 초대를 받았다. 이장댁을 통해 전해 진건 12월 25일  오후 5시 마을회관 앞으로 시간에 맞춰 나오라는 거였다.


 '절 모르고 시주한다'는 말은 있어도, 누구 인지도 모르는  사람의 생일잔치라니! 전달자에게 다시 물었다. 성함을 알고 싶다고!'남편-배태식'. 앞 뒤 다른 설명도 없고 이게 정보의  a to z다. 나에게 동네분들의 이런 식 언어는 암호에 준한다.


 남편과 나는 추리하기 시작했다. 키 크고 인상 좋으신 그분의 환갑이신가? 정시에 도착한 우리는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폐차 직전의 버스를 탔다. 자리에는  안전벨트도 붙어있지 않다. 운전수도 아마 안전벨트를 메지 않았을 것이다. 위험천만한 생일잔치

길을 나섰다. 다행인 것은 인적도 차도 드문 곳으로 향했다는 것.



 굽이굽이 이어진  산으로 들어섰다. 도착한 곳엔 22명을 위한 기다란 상이 차려져 있었다-'GE 송어횟집'.진옥 씨는 고운 웃음을 지으며 맞춤 떡 네 종류를 상에 차렸다. 소주와 맥주도 적당한 비율로 놓여있다. 체격 좋은 새마을 부녀회 회장님은 두 명 앉을자리를 혼자서 차지하고 계신다. 상 모퉁이에 앉은 나를 보며 낯설어하고 부끄러워 저리나 보다며 웃는다.

실은! 그녀가 넉넉히 가부좌를 하고 두 사람분의 공간을 차지했기 때문에 밀려난 것이다.



  마을의 내력과 이분들의 생활을 알지 못하는 우리 부부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어색함을 감추고 함께 어울리는 연습 중이다. 한겨울에는 도시가 아니면 구하기 힘든 백합과 장미 국화가  가득한 꽃바구니 배달이 왔다. 마을에 사시는 어떤 분이 선물하신 거란다. 이런 멋진 사람이 있나? 모두가 진옥 씨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그제야 알게 된 사실은 -

 

남편이 부인의 생일을 위해 마을의 친한 사람들과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한잔의 술도 못하는 나는, 술술 넘기는 사람들의 술잔을 바라보며 그들과 함께 이 마을에서 나이 들어갈 내 모습을 상상한다. 

뜻하고 인정스럽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이대로는 너무 아쉽다며 커다란 룸의 노래방으로 향한 흥부자들. 다시 한번 나는 껌껌하고 휘황하게 돌아가는 조명 아래 섰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외지로 나갔던 한 번의 경험은 군에 갔을 때뿐이었던 남편과, 이웃마을 고운 처녀는 결혼을 하여 딸 셋 낳고

온갖 풍상을 다 겪은 뒤 지금은 저리 서로를 위하는 부부로 살고 있다. 배경도 불빛도 묘한 마을 노래방 지하에서 마음을 담아 두 분의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 보기 좋은 모습은 여럿 있지만 그중 하나가 함께 있는 모습이 편안한 부부가 아닐까?

과묵하던 남편은 술김에 아내의 어깨를 감싸며 "당신 고생 많았다"며  포즈를 취했다. 나는 오늘 그분들의 아름답고 순정한 모습에 감동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이웃이 되도록 마음 쓰겠습니다 -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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