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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Dec 18. 2016

생강

생강청, 생강 피클, 진저에일, 진저오일, 바나나 진저 스무디


 자라다만 감자를 캐서 버려야 했던 일은 아쉬움이었다-감자 잎에 병균이 돌면 이웃의 담배밭에 병충해를 퍼뜨려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야기 라 죄다 뽑아서 버린 이야기다. 바로 그 자리에 장터에서 샀던  생강을 심었다. 생강의 줄기나 잎을 본 것은 난생처음이다. 조릿대보다 통통하며 진초록과 연두색이 적당히 섞여있고 한 번에 여러 줄기들이 모여서 자라는 모양새가 더없이 예쁘다. 오늘은 생강 수확 날이다(2016.10.29).



 생강이 뿌리이고 뿌리가 생강인 줄 알았는데 생강 덩어리마다  뿌리들이 따로 달려있다. 뿌리를  잘라낸 뒤 흙을 뒤집어쓴 생강을 흐르는 물에다 빨리 힘차게 흔들었다. 말갛게 된 모습에 뿌듯해져 바닥에 쌓아두고 한참을 보았다.



 십여 년의 공백을 뒤로한 채 다시 살림을 내 손으로 시작하면서 자주 생강을 샀다. 처음 쓸 때를 제외하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잊고 지내니 매번 절반 정도는 질크러져 못쓰게 되어버렸다. 올해는 직접 심어 가꾼 것이니 어느 것 하나 버릴 수가 없다. 나의 기호에 맞게 새로운 방법으로 저장해서 사계절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고 싶다. 생강 피클 레시피를 살펴보니 모두들 비트로 색깔을 낸다고 써 놓았다. 비트는 색이 곱지만 독특한 향기가 상상되어 지례 싫어진다.



 껍질은 칼로 벗기지 않고 소쿠리에 문질렀다. 작은 알들은 분류한 후 바로 냉동고에 넣었다. 중간 크기의 생강은 얇게 썬 뒤 세 종류절임을 했는데,

생강+설탕

생강+오미자청

생강+복분자청+자연발효 식초

병 속에서 하루를 지나니 이렇게  내려간다.


생강+설탕 절임은-김치, 불고기, 생강차, 찌개용

으로 만들어두면 생강즙이 살아있어 음식의 맛을

더한다.


 나는 어른이 된 후에도 김치에서 생강이 씹히면 뱉어냈고 비위가 거슬려 밥을 먹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의 경험으로 생강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는데-장어구이에 신선한 생강채를 듬뿍 얹은 쌈을 깻잎과 함께 먹어보니 좋았고, 하노이 공항에서  바지락탕에 생강이 엄청 들어있던 것을 맛있게 먹었었다. 거슬렸던 생강이 나의 입으로 몸으로 날개를 펴고 들어오던 경험!!!



 생강과 복분자청의 합은 새로운 맛의 발견이다. 하루 정도 말린 생강과 복분자청의 조합은 시간이 지나면서 옅은 오렌지 색으로 변하는 오미자청의 조합과는  달리 겨울 밥상에 식욕 돋우는 컬러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두 종류의 생강 피클은 굴전, 배추전, 고기 수육, 생선구이, 심지어 군고구마와도 잘 어울린다. 식물 중에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수 있는 최강자는 무엇일까? 바로 생강일 것이다.

"공자께서는 날마다 생강을 입에 물고 다니셨다지?"

"왜 그러셨을까?" 어지러운 시국에 불통인 군주와 간신들 때문에 만성 두통을 앓아서였을까? 실제는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식사 때마다 생강을 챙겨 드셨다고 한다.



 생강 줄기는 똠 양궁에 들어있는 레몬그라스를 연상시키는데  생선찌개에 넣으면 비린내를 주고 국물과 오묘한 조합을 엮어낼 것이기에 말리는 중이다. ginger ale, ginger oil도 들어두면 가정상비약으로 좋을 것이고, 바나나와 파인애플에 생강을 넣어 스무디를 만들어 먹으면  몸의 지방을 태우는 효과와 색다른 음료로도 손색이 없다. 대추와 생강, 계피를 넣어 약불에 뭉근히 끓이면 온 집에 좋은 향이 퍼져나간다. 겨울 내내 이 차를 마신다면 울엔 건강하고 봄엔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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