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양갱과 초콜릿을 좋아했다. 누구든 그를 만나러올 때면 공항에서 각양각색의 '고디바초콜릿'을사다 주었다.물욕 없는 그였지만 초콜릿만큼은 냉동고 속의 복잡한 미로에서,자리를 만들어 자신이 관리했다.
해외근무로 초콜릿보다 상대적으로 귀했던 건, 구입이 어려운 양갱이었다.가끔 인천공항을 거쳐오던 사람들은 한국 과자와2층 어디쯤에 있는 농협마트에서양갱을 사다 주곤했다.
오늘 나는 그를 위해 이틀 전 만들어둔 양갱을 차린다.추위가 몰아친 정원에서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남천 잎과 열매 그리고 얼마 전 속리산에서따온 단풍잎을장식으로 쓰기로 했다.
무엇이든 손쉽게 살 수 있는 시대. 하지만 우리는 헛헛한 외식 대신 집밥을 좋아하고, 손수 액세서리를 만들고작은 공간에서도 화초를 기르고퀼트를 하고손그림을 그린다.
한천 가루를 물에 10분 정도 불려서 끓이다, 앙금과 밤, 감 말랭이를 넣어 잘 저은 다음 틀에 부어 굳히면 되는 게 양갱이다. 틀 대신 사각 반찬통을 썼고 진한 색깔은 앙금에 계핏가루를 섞어 만든 것이다. 왜 단 한 번도 집에서 양갱과 초콜릿을 손쉽게 취향대로만들 생각을 못했을까?
이렇게 쉬운데!
올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크리스마스 장식 없는 12월을 보내기로 했다. 카드 대신 양갱 접시를 늘어놓고 그를 불렀다. 때 이른 성탄 노래도 불렀고 "이 모든 게 당신을 위한 거야"라고 말했다.
밖에서는 올해 첫눈이 내렸고 우리는 눈 쌓인 데크위로 접시를 갖다 날랐다.' 즐거운 성탄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