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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이야기-보라색 제비꽃

행복한 삶이란?

by 이경희


보라색만 보면 심한 갈증을 느끼다 물 만난 사람처럼 나는 홀리고 만다. 실물 제비꽃을 처음 본 두 아이가 제법 자랐을 때였다. 나무 주걱으로 언덕배기 있던 꽃 무더기를 아파트 베란다에 옮겨 심어보았지만 이내 다 죽고 말았다.


이미지:HubPages/Medical Medium


아쉽게 헤어졌던 제비꽃을 귀촌 후 마을길에서 보고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시간 나는 대로 케러 다녔다. 건축 중이어서 정원 만들 엄두는 내못한 채 제비꽃들만 공터에 옮겨두고 애지중지 보살폈는데~


어느 하루! 동네 이장댁 말씀이 자기 집 대문 앞 밭 둑에 그 꽃이 지천으로 널려있다고 했다. 아무리 제초제를 쳐도 생명력이 대단해서 매년 더 많은 무리로 피어 처치곤란이라 했다. "이런 희소식이 있나!" 언제든 와서 가져가라는 말씀에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나섰다.


이미지:Matt Mattus/aboutgarde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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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사다 놓은 간식거리를 넉넉히 챙겨 그녀집을 방문한 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농부이자 책까지 낸 감성 작가인 그녀에게 제비꽃은 농사에 방해가 되는 왕성한 생명력을 지닌 잡초가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겐 예쁜 꽃! 그러다 전원 마을에 사는 H.J을 방문했을 때에도 같은 말을 들었다. 흰색 제비꽃 씨앗이 주차장 자갈길에 돋아나 주인은 그 번식력에 질려하며 한 무더기를 주었다. 두 사람 덕분에 보라와 흰색 두 종류를 기를 수 있었고 올해는 분홍과 푸른빛 도는 종지나물까지 더해져 네 종류의 제비꽃들이 자라고 있다.


이미지:kitchenlane.com/Feasting 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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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l/ Ann Wheaton/Chiotrun.com


공부를 하면서 느낀 식물과 꽃의 이용법은 한국과 서양의 차이가 확연하다. 우리는 식용으로 쓸 때 주로 나물 반찬을 해 먹는 반면 서구에선 꽃의 약성향기 그리고 색을 이용하여 빵과 샐러드 음식에 다양하게 이용한다. 나아가 꽃 색을 추출하여 시럽을 만든 젤리나 음료 아이스크림 등 이용하며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점이 흥미

롭다. 꽃을 기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며 즐기는 방법의 조화를 모색하고 싶다.



위의 사진은 올봄 사과로 잼을 만들던 중 사람이 풀 밭으로 나가 민들레와 제비꽃을 따서 빵에 올려놓은 것이다. 새 봄 양지바른 곳에 제비꽃은 낙엽에 쌓인 채 겨울을 나고 있다. Edible flower(식용 가능한 꽃)로 분류된 만큼 안전하니 식탁에 어울리는 꽃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 나는 제비꽃 반지와 팔찌를 만들어 끼고 걸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동네를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힘들게 고생해서 얻은 부가
아니라 풍요로운 땅과 고요한 마음,
원망도 갈등도 없고, 명령도 지배도 받지
않는 삶, 대등한 벗과 병 없는 건강한 삶이다."

- Henry Howard 'The Happ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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