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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ug 26. 2019

쓰러지기 직전에 사는 법

덜어내기



 100일을 약속하며 피어났던 배롱나무 가지가 확 부러져 있다. 나 혼자만의 '지레 기대'였다. 7,8월 폭우와 태풍경보가 내린 밤에도 나는 에서 깊은 잠을 잤다. 바람이 잦아들어 고요해진 아침, 빗 길을 나서니 첫 번째 나무의 중심 가지 3개 중 하나가 처참히 부러져있다.  곱슬거리던

작은 꽃들은 땅 위로 어지러이 흩어져 죽처럼 뭉쳐 있다. 전에 몰아쳤던 번의 강풍에도 끄떡없었는데...



 오두막 옆 보라색 배롱나무 곧던 나무가 마다 머금은 물기의 무게로 몸통이 반으로 굽어져 휘청이고 있다. "빨리 전지가위로 꽃과 줄기잘라 줘야 해" 다시 세차게 내리는 빗 속에서 나는 우산을 펼쳐 들고 J는 힘차게 가지와 꽃송이들을 잘라 나갔다. 꽃의 아름다움이 시작될 계절에 한방씩 들이치는 태풍과 폭우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서둘러 잘라낸 가지와 꽃들 뒤휘어졌던 나무들이 일어서고 다.



 나무는 숱이 풍성하고  스타일이 멋졌던 사람이 순간 머리칼이 이리저리 잘려나가고 옷이 망가져버린 모양새다. 아쉬운 마음에 바닥으로 쏟아꽃을 한 아름 안고 지붕 아래로 향한다. 을 찾아보지만  마땅한 게 있을 리 만무하다. 빈 채 장식으로 놓여있던 화병도 아니고 도자기도 아닌 용기를 밖으로 꺼냈다. 표면에 쌓인 먼지를

씻어내고 물을 채우니 기대감이 인다.



 자신을 위해선 꽃을 꺾지 않는  인간에게 배롱나무가 제 아름다움을 나눠 준 것이라 해석하며 꽃을 만지는 사이, 남편은 비가 좀 그치면 잘린 가지들을 추려서 삽목을 해보겠노라고 한다. 쉬운 마음에 서로가 이러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3년 키운 사과나무는 밑둥치가 부러져 아예 회생기미가 없다.


 정원을 가꾸며 매년  겪는 일 속에서 마음을 스르는 작업의 첫 번째는 부여안고 억지를 부리기보다 재빨리 덜어내어 단출한 상태에서 새로 모양을 잡는 일이다.



 며칠 전 처서가 지났다. 나무는 회복력을 발휘하여 오늘 제 본래의 모습을 천천히 피워내고 있다. 나의 전원생활과 함께 자라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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