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아침마다 소쿠리를 들고 점심에먹을 나물을 케러 나갔다. 아침식사 후엔 오후까지흩어진 정원 중 한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2월부터 두문불출하고 재택근무 중이던 둘째 생각에점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최근에는 정원일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나는 서울에서 MK 집으로 둘째를 데려와 지내는일이 다반사다.
이웃과 타인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자기 관리'인 세태가 된 지 한 계절이 되어간다."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에 '가능하다'에서 요즘엔 "미래는 고사하고내일
조차 전혀 알지못한다."로 바뀌었다. 인간의 자만이 부서진 자리에 겸손 대신 불안이 심겼다.
다시 뭉친 가족의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해서 열심이었지만 사흘간의상차림에 꽤가 났다."오늘은 두 사람이 점심으로 샌드위치 준비해줬으면 좋겠어. 곡물빵 오늘 중에다 써야 해!" 남편과 둘째는 기대하라며 들뜬분위기다. 예상되는 우리 홈메이드 샌드위치에 계절감을 더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오늘은 나물거리 대신 식용 가능한 연분홍 진달래와 보라색 제비꽃, 매화꽃을 땄다. 작은 노랑 꽃다지와 냉이꽃 그보다 좀 더 큰 광대나물 몇 줄기도 더했다. 마지막으로 민들레 잎과 삼엽 국화, 쑥 그리고 겨울 지난 허브 잎을 모아 식초 물에 담가 두었다.
모양을 위해서라면 식초 물속 꽃잎을 바로 손질해야겠지만 이미 점심 준비는 나의 손과 마음을떠났다. 삶은 달걀과 감자는 남편이 일찌감치 준비해두고 멀리서 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둘째는'치짜(치킨너겟 피자)'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는데, 무엇이든, 어떻게 만들던OK!
맛난 식탁을 기대하며 나는 이틀째 메리골드 파종 지를 작업 중이다. 땅속엔 싹을 틔운 많은 잡초싹과 바로 이웃한 자리에서 뻗어 나온 나무뿌리와 왕성하게번식한 다년생 꽃 뿌리를뽑아낸 뒤, 계획한 씨앗을 뿌리는터라 지친다.
"여보! 점심시간."-남편 목소리다. 나는 냉큼 장갑과 호미를 내려놓고 집 안으로 달렸다. 달걀과 감자, 참치로 만든재료 위에 소금에 절인 오이가 멍든 것처럼 올려지고
있다. 감각 있는 둘째는 엄마가 준비한 들꽃을 장식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븐에서 꺼낸 치짜 냄새는 식욕을 한껏 돋운다. 나는 분홍꽃이 가득 올려진접시를 골라 케첩과 머스터드소스를 뿌린 뒤반으로 접어 행복하게 먹고 웃고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