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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n 15. 2020

6월의 보석-보리수 열매

앵두의 아쉬움을 대신한 열매

 물속에서 초록 잔디처럼 보이는 모내기가 끝난 시기. 빨간 보리수 열매(뽈똥) 먹기 좋은 시간이 왔다. 계곡의 물소리가 세찬 걸로 미루어 어젯밤 비가 엄청 내렸나 보다. 대문을 열고 나가보니 멩이와 물고기까지 훤히 보이는 물길마음 아진다.


 일기예보를 듣고 벌레들에게 물려가며 심었던 분꽃 모종은 자리를 잘 잡았다. 글라디올라스는 구근에서 많은 촉들을 올려 키 클 만 남았고, 달리아와 수국 접시꽃들은 봉오리를 달거나 부분적 개화가 진행 중이다.


 비 내린 다음날 깨끗해진 과일이나 열매를 는 일 즐겁다. 작년에 가지가 휘어지게 달렸 올해 해거리를 하는 모양인지 수확할 게 없다. 반면 앵두보다 좀 길쭉한 보리수는 풍성열렸고 실한 과즙으로 통통하다. 열매뿐만 니라 잎 줄기 뿌리가 모두 약재로 쓰이는 나무한겨울에도 초록잎을 달고 있어 나는 가끔 스럽다. 조만간 잎으로 차를 만생각!


 작년 발리 여행 때 구매한 벌레퇴치제를 여기저기에 뿌린 뒤 작업에 나섰다. 먼저 딴 열매를 가득 털어 넣으니 단맛 신맛 떫은맛의 과한 번에 터져 그 맛에 경련이 일 듯하다. 뒷 목을 잡고서 웃다 오물오물 먹고 난 씨앗을 풑풑 뱉어낸다. 이러다 보리수나무가 대책 없이 자라나면 어쩌나 싶어 조심된다. 이미 보리수 군락이 덕 쪽에 자라고 있지 않은가?


 

 따기가 어려운 것은 가지를 꺾어 정자에서 훑었다. 초록- 연두- 노랑- 빨강 순으로 익어감을 한눈에 보여준다. 자연의 색들에 매혹되는 나는 맑게 반짝이는 이 열매가 너무나 예쁘다.


 씻어 물기를 뺀 다음 키친타월을 깐 뒤 선풍기를 미풍으로 맞춰 놓았다. 해질 무렵 끈적하고 무거워진 보리수를 통에 담는다. 열매의 무게와 동량이 되도록 올리고당과 설탕을 부었다. 곧 과즙과 뒤섞여 발효를 시작하겠지!


 

어떤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 시기다 보니 시간걸리고, 정성을 쏟는 일의 소중함이 새삼스다. 때론 시작에서 마무리까지12시간 안에 다 끝나야 하는 예민한 수확물이나,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꽃 차를 만들어두는 일들 가능해졌다. '자기 합리화'가 적잖게 줄어든 2020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쉽게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고생하는 어른계시다. 기관지염과 천식에 좋은 보리수 열매 드시고 건강하길 염하며 가라앉은 설탕을 고 또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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