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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Feb 25. 2017

나는 지금 아프리카 여행 중이다

권총을 목과 머리에 겨누며 다가온 그들


    세렝게티에서의 감동을 간직한 채 동아프리카를 떠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도착하여 호텔로 이동 중이었다. 차가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버스 안 불이 갑자기 꺼졌다.


    흔들리며 계속 달렸고, 어둠 속에서 까만 모자를 쓴 새까만 사람들의 실루엣이 순식간에 흩어지더니 앞 좌석 사람들의 섬뜩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그들이 우리 차에 올라탄 것일까?



    우리 일행을 마중 나왔던 남아공 가이드 L의 마디 소리가 들렸다. "다 ~ 주세요" 뒤이어 누군가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남편과 나는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어둠 속만 응시했다.


    낮고, 공포스럽고, 살인적인 목소리로 "MONEY!"

.... 그리고 사람들이 일어섰다, 울며 주저앉고,

"백(BAG)!... 백!.... MONEY!!!!... 머니..."

범인 셋은 총구를 이 사람 저 사람의 목과 머리에 겨누며 점점 뒷자리의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남편은 여권과 카메라든 가방을 내게 세게 며 좌석 아래로 차서 넣으라고 했다. 조용했지만 극도의 공포로 다들 아수라장의 한복판에 가라앉고 있었다.


    강도들은 좌석 밑에까지 플래시를 비추며 가방을 찾고, 사람들을 총구로 내리치고, 돈을 뺏고, 물건을 내던지며, 버스 통로에다 사람을 거칠게 끌어내 주머니를 뒤졌다.


    남아공인적 드문 주택가 후미진 버스 속서 일어나고 있는 참사였지만 지나가는 누구도 우리의 상황을 눈치챌 수 없었다. 한국어를 하면 할수록 낯선 언어로 뭔가를 모의한다 생각하여 그들이 어떤 일을 벌일지도 몰라 다들(공포의 꿈속에서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는 상황처럼)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광란의 질주는 계속되었고, 마침내 그들 중 한 명이 우리 부부에게 다가왔다. 남편은 그들에게 줄 돈을 구겨 공처럼 만들어 부피를 엄청 늘였다.

    "여보! 다 줘. 100불짜리도... 모두 다!!

    "알았어. 준비했으니 그 가방 발로 밀어 넣어"

우리는 복화술 같은 말들을 주고받았고 남편은 조심스럽게 돈을 들고 일어섰다.


    총을 겨누며 다가오던 일행 중 한  돈을 받아 들고는 남편의 윗 옷을 거칠게 흔들며 주머니를 뒤졌다. 아침나절 나이로비에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로 두 번이나 노벨 문학상에 거론되었던 카렌 블릭센(Karen Blixen)의 집을 방문해서 찍었던 아름답고, 활기차며, 웃고 있었던 시간의 사진이 담긴 스마트폰을 쉭쉭 소리를 내며 강탈해갔다.


    다시 나에게 겨눈 총구.

남편은 " My wife! I gave you all!...........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그 남자는 계속 내게 고함을 질러댔다. 나는 두르고 있던 페사미나를 그에게 건넸다.



    정적 감도는 버스 안에서 그들은 뭐라고 외치더니 일제히 총으로 우리를 겨누며 뒷걸음질하여 버스에서 내렸다. 나는 창 아래로 내려다보았는데... 23명의 사람들에게서 뺏은 여권 가방과 물건들이 무거워 뒤뚱거리며 질질 끌고 버스 뒤로 가는 것이었다. 버스 뒤엔 일당 중 한 명이 차로 대기 중이었는데. 차에 물건을 던져 넣은 그들은 후진하여 광란의 속도로 멀어져 갔다.


    "대사관에 전화해요!"

    "메잌어콜투폴리스 (Make a call to police)..."

아비규한의 현장에서 기사는 자기네 회사와 경찰서에 전화했다. 버스 안의 불이 왔고 그제야 울음소리, 한숨소리, 맞아서 피가 흐르는 사람, 말을 잊고 둘러보는 사람들, 그러다  서로에게 "괜찮아요?"를 물으며 몇몇이 좁은 통로를 서성였다.



    맨 앞자리에서 일어났던 일 중의 가장 극한을 다 겪은 은퇴한 교사 K는 저러다 큰 일어나지 싶은 페닉에 빠졌고, 다들 이 믿기지 않는 일에 넋이 나갔다.


    경찰들이 왔고, 그들이 우리를 경찰서로 에스코트해 가는 동안 피 흘리며 눈까지 부어오른 가이드는 대사관에 전화를 했다.


    조사를 받고, 조서를 꾸미고.....

다들 조금씩 정신이 드는지 각자가 겪었던 공포를 이야기했다.


    난리 중에도 우리는 의논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여행은 겨우 절반을 끝마쳤고, 여권 가방을 뺏긴 사람과 여권을 숨기는 것에 성공한 사람들이 좌우로 나눠져 앞으로의 일을 논의했다.


    우리 부부는 맨 뒷자리에서 여권만은 뺏기지 않은 팀에 속했는데, 내일 임시 여권을 받게 될 분들과 함께 한국으로 귀국할 것인지 아니면 마음을 다잡고 여행을 마무리 지을지를 거수로 결정하기로 했다.



    다들 세계 여행의 베테랑들이었고, K를 제외한 사람들 모두는 이 여행을 계속하기로 했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말을 못 잇던  K여사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다들! 안전 불감증 아니에요?"

"......."

"......."

한참을 망설인 그녀는 이해하기 힘든 눈치였지만, 그녀도 이 여행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 숙소로 돌아온 나는 정신은 담담했으나 몸이 뒤집혔다. 모든 것을 다 토했고, 남편 역시 최악의 상황을 겪어야 했다.


    지금 나는 새벽에 일어나 2017년 2월 22일, 수요일 밤에 일어난 사건을 글로 적고 있다. 일단 여행을 나서면 거대한 장애가 나타나도 함부로 그만둘 수가 없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여권도, 갑작스레 비행기 표도 해결되기 쉬운 게 아니다. 이유는 개별적이고 사연도 여럿이라 설명이 불가하다.



    내일 아침 한국 뉴스에 이 일이 보도된다면  이 놀랄까 봐 폰으로 간단하게 메시지를 남겼다. "여행 중에 약간의 일이 생겨 일정에 차질이 있을 것 같아. 우리는 무사하니 걱정하지 마!"라고. 그 시각 남아공의 밤과는 달리 한국의 대낮! 아이는 남아공 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전해 들었다고 한다. "영사님이 그리로 떠나셨으니, 도착하실 거예요." 제삼 제사 우리의 안전을 확인하던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린 짧지만 핵심적인 다독임을 서로에게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여행 중 일어난 최악의 참사에서 조차도 해결과 웃음이 깃들 수 있음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으로 돌아가 3월에 정리해볼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 Love  Africa!!!!



    정원일에 여유가 생겨 떠나온 겨울 여행 한번 호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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