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천년초의 몰골은 딱 죽어가는 꼴이다. 시들할 뿐만 아니라 거무죽죽한 게 땅바닥과 암석 사이에 널브러져 있다. 나는 적잖게 당황스러웠지만 가시 많은 선인장을 실내로 거둬들이는 일은 내키지 않아 그대로 밖에 두었다.
천년초가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삼 년 전 선물로 받았던 베고니아 화분에 묻혀 딸려왔고, 화분에서 잎을 분리해 정원에 묻어두었었다. 겨울이 왔고 만물이 시들해져, 땅속으로 뿌리를 깊이 내릴 무렵 천년초는 통통했던 잎의 수액이 말라가더니 빗물에 젖어 구겨진 종잇장처럼 변해버렸다.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던 것이 추운 내륙 지방으로 와서 얼어 죽는구나! 아이고, 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봄이 오니 거의 죽었다고 여겨졌던 선인장은 일어섰고 엄청난 새 생명들이 움텄다. 뒤이어 머리에 하나씩 새 순이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하나가 자라니 다음- 그다음으로 이어지며 천년초는 지팡이를 내려칠 때마다 복제되는 손오공처럼 불어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추운 뜨락에서 천년초 한 잎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3년째엔 아름다운 겹겹의 노란색 꽃도 폈다. 더불어 무심히 팽개쳤던 손바닥선인장에 대한 나의 관심이 증폭되었다.
천년초에 대한 정보: 토종 선인장으로 천년초로 불린다. 영하 30도의 혹한과 영상 50도의 혹서에서도 천년을 견디며, 천 가지의 병도 고친다는 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의 사료에서도 효능이 언급되어 있다. 잎과 줄기는 간과 관절염에, 꽃은 위장에, 열매는 혈액순환에, 뿌리는 태삼으로 불리며 인삼보다 더 많은 사포닌 함유로 면역증진에 좋으며 전초가 관절과 당뇨 억제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청, 효소, 분말로 가공되며 차, 쿠키, 국수, 피클, 찹쌀떡, 주스, 셔벗, 튀김, 음료와 술의 재료로 그 쓰임새가 실로 무궁무진하다.
이 겨울, 내가 원한 건 단 하나!
"아름다운 색을 우려내고싶다."
누구도 마시지 않던 40도의 보드카를싱크대 아래에서 찾았다. 2주 정도 지나니 천년초는 눈 위에서 핑크 스파클링으로 빛났다. 벌써 두 사람이 맛을 보았는데, 성탄절에 누군가와 함께 칵테일을 만들어 나누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참고: 야채 재료, 피클, 주스용으로 손질된 모습]
출처:de.phaidon.com /Muy Bueno
[여행 중에 만난 아프리카 웅고 르고르의 선인장]
"세상은 넓고 선인장은 다양하다." 웅고 르 고르 분화구 지역의 아프리카 선인장은 식용인 백년초나 천년초와는 달리 강한 독성의 수액을 몸 가득 채우고 있다. 약과 독의 차이는 쓰이는 미세한 양이라는 말이 있다. 독이 약이고 약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다.
탄자니아에서 나는 집채만 한 크기의 선인장 무리를 여럿 보았는데 이 poisoned milk를 마사이족들은 화살촉에 묻혀 사냥을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