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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Dec 19. 2018

평화로운 마을의 삶

Super-Fresh Tomato


"나는 천국에 가서라도 내가 먹는 빵은
 내가 굽고,
내가 입는 옷은 내가 빨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2018년 봄엔 좋아하는 채소를 택하여  키워보기로 했다-그중 하나가 토마토. 제초제와 살충제 없이 채소를 기른 지 4년. 아삭이 고추가 싱싱하게 매달린 옆자리엔 피망이 실한 가지가 바닥에 끌릴 만큼 많은 열매를 매달고 휘어져 있다.


    전 땅 주인이었던 사람이 버리고 가서 이젠 나의 살림이 된 초록색 플라스틱 통을 들고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를 따러 나섰다. 꼿꼿하게 서서는 잘 익은 열매를 찾는 데 한계가 있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거친 잎을 헤치며 토마토 수확을 하기 시작했다. 땀이 눈 속으로 흘러들면 따갑고 짜다.



    길러보지 않으면 결코 몰랐을 일이 있다. 토마토 꼭지는 열매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 줄기에 쇠 줄처럼 단단하게 붙어있을 뿐만 아니라 토마토는 돌처럼 단단하다(도시에서 내가 먹었던 것들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가시와 거친 털은 장미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채소 잎이나 꼭지 심지어 표면에도 촘촘히 나 있다. 대지에서 자라는 수박 잎과 참외 잎 오이 잎과 호박잎의 실체는 거친 사포와 다름없다.


    크게 자라는 토마토와는 달리 인간이 개량한 방울토마토는 손만 갖다 대면 툭툭 떨어진다. 아래로부터 정확히 연두-초록-어중간함-빨강으로 그라데이션을 이루며 익어간다. 올해 토마토 수확이 이리 풍성한 것은 남편의 좋은 토양 만들기, 물 주기 시설과 더불어 길었던 가뭄 속 태양이 아낌없는 자양분으로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에는 먹고 남은 과일을 김치의 단맛과 풍미를 위해 썼지만 올해는 다르게 쓰고 싶다. 그래서 꽂힌 메뉴는 토마토 조림의 다른 이름-

샥슈카!

    한여름 토마토 모종 10그루에선  한 번에 잘 익은 열매 15kg~20kg을 따게 된다. 도시에선 자주 방울토마토를 샀지만 길러보니 좀처럼 생으로는 먹고 싶지가 않다.



    우리 집 식사는 계획된 메뉴보다는 텃밭의 형편에 따라 차려진다. 작년 나의 이웃 경자 씨네가 말한 생활이 나는 몹시 부러웠는데-그들은 집 앞 작은 텃밭에 자신들의 생활에 필요한 채소들을 손수 가꾸어서 생선과 육고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급자족한다는 것이었다. 부부가 함께 노력한 덕분인지 올 한 해 우리에게도 넉넉한 채소 수확이 따랐다.



    토마토가 주 재료인 샥슈카는 올리브오일에 마늘과 믹서기를 이용해 양파와 피망을 갈거나 아니면 채 썰어서 바질가루와 소금 후추로 간하며 볶는다. 토마토 역시 믹서기에 물 없이 갈면 된다. 커다란 웍(wok)을 이용하여 1~2시간 뭉근히 끓이면 수분이 자작하게 줄어든다. 여유가 생길 때 만들어서 용기에 나눠서 담아 냉동해 두면 연중 쓸 수가 있다. 토마토 조림은 달걀과의 궁합도 좋고 버섯과 치즈 또는 단호박과도 잘 어울린다. 아침 식사에는 빵의 속 재료로, 생수를 부어주면 영양만점 토마토 주스로도 손색이 없다.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 때 생과를 이용하면 요리 시간이 너무나 길어진다. 우리네 일상은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해야 하는가? 그럴 때 냉동해 둔 토마토 조림을 간편하게 이용하면 눈 내리는 겨울에도 이렇게 여름날의 맛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토마토가 익어가면 의사의 얼굴이 노래진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완벽한 채소이자 과일인 토마토는 시력이 약하고 사시사철 감기에 잘 걸리는 내게 강한 회복력을 가져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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