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Dec 11. 2017

'미리' 크리스마스-즐거운 기대

청포도 리스, 흰 계란 눈사람, 과일 트리 만들기


    로즈힙(rose-hip) 뒷마당 쪽에서 가지를 잘라 가시를 조심스레 제거했다. 한 소나무에서는 솔방울을 따며 생명의 기운을 강하게 느꼈으나, 겉 보기에 준수한 다른 소나무에선 솔방울이 손만 갖다 대도 떨어지고 부실함이 느껴진다- "뭐가 문제일까?"  



    정원의 남천은 가느다란 가지에 무거운 열매가 달린 통에 엄청 휘어져 있다. 열매 송이를 들어내니 제 몸을 곧추세우는 폼이 가볍다. 진초록 편백 나뭇잎과 머루 같은 까만 맥문동 씨앗까지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들어왔다. 그동안 내린 눈으로 모든 재료들은 깨끗하여 그대로 쓰기로 했다.



    올해 성탄절은  우리 부부가 멀리 가게 되어 식구들이 함께 모여  지낼 수가 없게 되었다. 성탄 전에 만나는 마지막 주말이라 '미리'크리스마스를 생각 중이다. 아침 밥상엔 갈치구이와 이웃이 보내준 배추김치와 섞박지, 텃밭에서 기른 돼지감자조림을 올렸다. 여기에 뜨거운 무 굴국을 더하니 다들 희색만면이다.


    디저트 겸 가벼운 점심으로 성탄 식탁을 준비할 시간이 되었다. 무지개색 토마토와 귤 바나나 청포도를 준비했고, 달걀은 넉넉히 삶아 두었다. 수확한 텃밭의 노랑 호박도 쪘다. 엄마는 호박 치즈케이크를 만들 테니 나머지 식구들은 과일로 성탄 분위기를 연출해 주기를 부탁했다. 남편은 손재주가 없다며 빠졌고 둘째는 감기 때문에 거의 24시간 잠에 취해 있다.



    아침부터 눈 사람을 만들던 큰 아이가 재료를 식탁으로 옮기더니 손놀림이 거침없다. 달걀은 껍질을 까서 뜨거울 때 모양을 잡으면 세모 네모 원 등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찻잔과 술잔에서 눌러져 새로운 모양이 된 달걀은 아이의 손에서 눈사람으로 만들어졌다. 청포도는 리스로 토마토는 트리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어릴 적 놀던 모습이다.


    그러는 동안 나는 푹 쪄 놓은 호박을 적당히 뭉쳐 그 속에 pepper jack 치즈 조각을 넣고 팬에 노릇하게 구워낸다. 엄마와 딸의 컬래버레이션은 점심과 디저트 상으로 차려졌다. 순식간에 식탁에 모여든 식구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트리를 먹고, 리스를 떼어먹고 눈사람을 먹어치우는 몬스터 가족이 되었다.



    접시는 언제나처럼 싹 비워졌고, 식사 후 남겨진 열매와 솔방울들은 초와 함께 성탄절 장식으로 다시 태어났다. 장식들 중 일부는 이웃의 선물로 보내질 거고 나머지는 내년 봄까지 집안에 훈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솔방울의 경우 물에 충분히 담갔다가 그릇에 담아두면 천연 가습기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솔잎은 수육을 삶을 때 넣으면 좋다. 로즈힙 열매는 비타민 가득한 티로 이용 가능하니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감기 걸린 작은 아이를 위한 도라지 꿀차와 계피 모과차는 사흘간 이어졌다.  



    "우리는 그저 친구와(가족들 과로 바꿔도 좋을 듯) 마주 앉아 음식을 나누고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삶에 활력이 샘솟는지, 또 서로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하게 이어지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

    -The Kinfork Table 네이선스 윌리엄스-

Merry Christmas


이전 26화 평화로운 마을의 삶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