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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Dec 08. 2017

작은 정원 작은 우주

셰프의 시대에서 가드너 시대로의 전환 예감


    15개 정도의 분재 화분은 어느 날 내 몫이 었다. 넓은 땅과 산천이 둘러싸인 곳에서 잠시나마 왜 분재를 취미로 하려 했을까? 나무를 꼬고 자르고 뿌리를 억제하려던 그 일을 남편이 그만두었다. 두 그루의 분재용 소사나무는 화분 대신 정원에 심겨 자유의 몸이 되었다.



덕분에 화분 뒤편에서 볕만 고 있다.

    "내가 써도 되지?"

    "얼마든지."

소나무가 자라는 산이면 어디에나 넘쳐나는 마사토에 모래를 적당히 섞어 장날에 한두 개씩 사 두었던 다육이를 정리하여 심었다. 볕 좋은 데크 위에 죽 늘어놓았고 긴 장마철에도 그대로 두었다. 이유는 이사 온 첫해 백 여종의 새로운 꽃씨 파종과 키우기에 애를 쓴 탓에 몸져누운 일이 기억나서였다.


     물 온도가 식물의 중요 요소이긴 하지만 너무 예민할 것은 아님을,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공감할 것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한 달에 물을 두 번 주는 게 정설로 되어 있으나 이론과는 상관없이 가뭄에는 내가 목이 마르면 그들에게도 물을 주고 장마 기간에도 장소를 옮겨주기보다는 훈련이랍시고 그대로 두었다.



    세상 다육이는 종류가 수만 종은 될 것인데 개개의 이름을 기억하기는 어렵다. 한 종이 유전적 변이를 거쳐 그토록 다양한 모양으로 존재하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겨울이 되면 화분을 실내로 다.  통풍이 중요하긴 하지만, 사람도 볕이 잘 드는 남향에 자리 잡고 살기가 어려운 시대에 다육이를 안고서 해를 따라 돌 수는 없는 노릇이라 포기했다.

 

    대부분식물은 겨울이면 휴면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요란스러운 관심과 오판을 불필요하게 여길 수 있다.



    처음부터 나는 화분 하나마다 작은 풍경을 만들 계획이었다. 웃자란 기린초를 잘라냈다. 앙증맞은 빨간 꽃으로 겨울 화분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다. 자른 기린초는 사흘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여유가 생긴 그제야 작업에 돌입했다. 전지가위와 스푼 하나면  신속히 마무리될 일이다.



    잘라놓은 기린초는 사흘 후에도 건재했다. 화분의 허전한 곳에 두어보니 어울렸다. 작업하는 동안 창을 관통한 햇빛은 여러 가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이제 한층 화사해진 모습으로 풍경이 만들어져 창 아래에 놓였다. 한동안은 시들시들하다, 내년 이맘때면 새순들이 풍성하게 자리를 잡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떨어진 잎은 작은 조약돌을 놓아 고정시켰다. 버릴 것 없이 다 제자리를 잡았다.


    오랫동안 나는 '다다익선'주의자였다. 나쁘지 않았지만 좋을 것도 없었다. 지금은 '과유불급'에 대한 이치를 생각한다. 더불어 작은 것의 아름다움과 간소한 삶으로 옮겨가고 있다.





    [번식 방법] -물이나 마사토 위에 그냥 놓아어도 뿌리가 내리며, 잎은  줄기를 잡고 부드럽게 젖히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식물을 키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느긋함!

출처:pinterest/Leaf &Clay/

         Succulents and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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