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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r 13. 2017

"아프리카!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

강에서 받았던 깊은 위로(G의 물음에 대하여)


운전수와 우리 일행에게 총구를 들이밀며 폭행

 강탈로 아수라장을 만들었던 요하네스버그

에서 지난밤 권총강도 사건은, 아름답고 깨끗

하며 기후마저 더없이 좋았던 남아프리카의 이

미지를 공포 그 자체로 만든 일이었다. 그들은

저녁식사 후 느긋하게 버스를 타던 우리 일행 뒤

를 따라 기습적으로 차에 올라탔고, 난데없이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겨누고 가방을 뺏으려 했

으니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처음엔

잡상인이 물건을 파는 줄 알았다고 했다. 차 안의

불이 갑자기 꺼져 캄캄했고, 운전수는 머리에

겨누어진 총 때문에 롤러코스트처럼 차를 몰아

다. 우리는 어둠에 익숙해진 다음에야 권총을 든

세명의 강도들을  볼 수 있었다.


이튿날 만난 사람들은 누구도 웃거나 말하지

았는데. 가이드를 포함하여  여권을 빼앗긴 여덟

 아침 식사 시간에서 조차도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내키지 않는 마음이었지만 어쩔것인가?

우리는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하여 잠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암호 같은 이름만 기억

하고 만난 현지 가이드는 이미 남아공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었는지 상황을 이해하는 듯한

눈빛이었고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우리를 대해

다.


아프리카 여행의 백미가 될 빅토리아 폭포를

우리끼리만 가게 되는 것도 불편했고, 가시지

않은 공포로 침체되었던 분위기는 수시로 남아

공에 연락하며 남겨진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

주던 가이드의 설명으로 완화되었다. 한국대사

관의 도움으로 복수비자를 받게 되어 촉박하지

 아쉬운 대로 계획했던 나머지 나라들의 출입

국이 가능하다는 거다. 



빅토리아 폭포들은 끝없이 이어졌는데 뷰포인트

들을 도는 내내 거대함과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나는 몇 번이고 남편의 손을 꽉 쥐었다. 안개와 물

보라로 축축해진 옷은 걸어두고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를 바꿔 입은 오후엔 잠 베이지 강 선셋 크루

 섰다. 선착장 입구로 통하는 길에 보았던

나무 식물들은 "이곳은 안심해도 좋아요"라는

메시지 전해주었다.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와인

과  음료 안주에 생기를 되찾았는지 낯선 이방인

들로 시작했던 사람들은 가까워져 테이블을 합

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긴박한 상황에 처해

졌던 사람들끼리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보낸

치유의 친교시간으로 보였다.



배들은 선사마다 독특한 모양의 갖고 있었는데

삼층짜리 큰 배에서부터 아프리카 전통가옥 형태

 모던 디자인까지 다양했다. 나는 배의 맨 뒷

자리에 앉았는데,  배가 돌면서 뱃머리가 되었다.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고요한 상태에

머물고 싶었던지라 최적이었다. 잠 베이지 강에

들어선 순간 나는 마음을 활짝 열고 바람의 부드

러움과 강의 깊고 푸른 깨끗함과 연두색 수초와

광활한 하늘에서 안도와 위안을 받았다. 사람들

의 환호와 보트들이 몰려드는 집합지엔 코끼리

와 악어 하마와 코뿔소 임팔라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이 있었다.

"선 생물체는 무엇인지?"

우리를 바라보던 코뿔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튿날은 보츠나와로 이동하여 동물왕국의

영지였던 쵸베 국립공원 보트 사파리에 나섰다.

"Hey,  이 나라 사람들은 연뿌리 먹어요?"

"아니요. 한국 사람들은 그걸 먹어요?"

"네.  고급 뿌리채소예요. 간장조림과 튀김을

해서 주로 먹어요. "

선장과 가이드가 웃더니 여기선 하마의 먹이라

 했다. 배가 지난 자리에는 잔물결이 일었고 뒤

따라온 물살이 그걸 덮으며 잔잔해지는 강에서의

둘째 날! 강물 위를 흘러가며 나는 내 존재를 좀

 깊게 바라보고 싶어졌고 많은 것을 흘려보내

다.



만 이틀 후 밤에 이루어진 낙동강 오리알 팀

(여유를 되찾은 뒤 붙인 이름)과의 재회는 감동

이었다.  자칫 인생 최대의 참사로 남을뻔했던

사건이었지만 대사관의 발 빠른 협조와 현지

여행사 사장의 자기 집 초대 그리고 그분 가족의

파란만장했던 남아공 정착기와 더불어 그 집

아기들과의 시간 속에서 위로를 받았고 많이

괜찮아졌다는 혜선 씨의 이야기는....

예기치 않은 재난은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것은 인간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음 또한 증명된 시간이었다. 흥분하여

고함을 지르거나,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아

사상자가 생기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다행

이었다.






여행은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 일정

마지막 지역이었던 케이프타운에서 멋진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서양과 인도양을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케이프반도를

유람선으로 돌며 물개 가득한 도이커섬을 둘러

본 일,  아프리카에서 만난 자카스 펭귄 자연

서식지 볼더스 비치, 희망곶과,  케이프 포인트,

아름다운 항구에 위치한 워터프론터,  인종

차별 정책 폐지를 축하하며 시작했다는 무지개

빛 보카 마을과 세계의 경관으로 손꼽히는

테이블 마운틴, 처음 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아프리카 식물과 나무 그리고 꽃들에

대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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