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에서 먹은 대부분의 음식은 뷔페,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으니'No Problem'하지만 내겐 'serious problem!'
음식만큼은 어디에서건 한식을 좋아하는 나! 이삼일에 한 번씩은 한국 음식 생각이 간절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한식당 대장금은놀랍게도 주인이 중국인이었다.
뚝배기 김치찌개는 한국 맛 그대로여서 움찔했다. 창 너머 테이블에선 기름 빠지는 불판에 삼겹살을구워 상추쌈에 싸서는 쌈장을 올려서먹고 있었다. 신기해서 가까이 가보니 중국말을하고 있다. 반찬이 비어 가면 잽싸게 접시를 가져가 더 가져다주기까지 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식아니던가? 이것까지 그대로 벤치마킹한 주인장에게 놀랐다.
케냐를 떠나며 들렀던 곳은 'Japanese Retaurant'이란 간판의 식당이었다. 무장한 경비가 담장 높이의 철대문을 열어주었고 안으로들어서니 딴 세상이다. 큰 나무아래에 아름다운식탁들이 놓여있었고,
"어서 오십시오" - 서빙을 하는 흑인 남자들이 입을모아 인사하며 환한 미소로 반겼다. "여기서 한식을 먹는다고?" 대장금은 중국인사장이었지만 이곳은 한국인이 일본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실내로 들어서니 깔끔하게 차려입은 셰프가 마치성스러운 예식을 거행하듯, 김치 오꼬노미야끼를노릇하게 구워 접시에 담아주었다. 새우와 야채 튀김은 주방에서 바삭하게 튀겨 한꺼번에 가져다주었는데 먹는 내내 가실가실한 식감에 행복했다.
화려한 불쇼는 없었지만 낯설기만 했던 일행과는 이곳에서의 느긋한 시간으로 편안해졌다.무엇보다 현지 아프리카인들이 한국의 예법과음식을 배워 이렇게 서빙을 하는 것에 감동했는데. 앳돼 보이던 셰프는 요리를 우리 앞에서 해내고는연신 허리를 숙여가며 서빙하는 일이쑥스러운지수줍어하던 모습이 역력했다.
여기까지의 요리로는 한식의 열망을 잠재울 수없다. 좌중을 둘러보던 요리사가 밥과 김치를보여주며 볶아드릴 텐데 어떤가 물었다. 우리는만면에 미소를 띠며 김치 듬뿍, 김가루 팍팍, 참기름 넉넉히 를 외쳤다. 더 고소하게 하려는지셰프는 버터를 넣어마무리 지었다. 우리는 엄지를 추켜올리며 맛나게먹었고, 이방의 요리사들은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우리 일행을 배웅했다. 개척자의 정신으로 세계로 나아간 한식당사장님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