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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pr 19. 2017

제비꽃밀면

사월의 시원한 맛


나무심기와 새로 디자인한 정원일로 마음이

바쁘다. 묘목에서 중키 정도 자란 나무들은 오늘

부터 이식 되어져 집과 주변 땅에 알맞게 자리

잡을것이다.  겨울에 나무심을 구덩이를 파서

충분히 햇빛을 쬐어놓은 상태다. 심기전 작업

으로 구덩이 속의 돌을 골라내고 상주에서 분을

떠온 나무를 조심스럽게 풀고 심은 나무는

중심대를 잡고 발로 밟으며 다지기와 물집

내기를 한다.



 오전내내 삼십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으며,

왼쪽으로 한바퀴를 돌며 뿌리 밟기를 하다

반대편으로 돌기를 하고 나니 머리가 빙빙

돌려서나는  이상은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뜻한 봄 햇살 속에서의 노동 때문인지 시원한

음식을 먹고 싶다.



공부하러 가던날 시내에서  4인용 부산밀면

세트를 발견했었다. 현기증 나는 나와  

흘리며 일하는 남편과 함께 먹을 밀면을 신선한

식감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집 뒤켠을 둘러

보다 음지에서 울릉도 명이나물이 잘라고 있다.



이곳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느티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이 두둑한 덮개가 되어주었는지

잘 자라고 있다. 몇잎을 따와 접시에 담기만 

해도 봄 내음이 물씬한데 알싸한 매운 맛이 압권

이다.


이번주에는 검정색 그릇에 마음이 간다,  

해서 새참도 덮밥도 면도 모두 이 두개의 그릇에

차려내고 있다. 초록과 연두가 어우러진 명이나물

두 장만으로는 밋밋하다.  급하게 슬리퍼를 신고서

제비꽃도 좀  따왔다.



집의 주방 벽에는 그릇장이나 장식장이  달려

있지않다. 살림살이가 단촐하여 그릇장에 보관

할 그릇들이 없기도 하다. 덕분에 시원해진

북쪽 창을 마주한채 아이랜드 식탁의 키높이

의자에 앉아 부산밀면을 먹는다. 이내 몸의 

열기가 잦아들었는데  면과 제비꽃을 올린

명이나물 쌈도 별미다. 밥상의 재미는 의외의

식재료나 상상하지 못한 그 무엇으로 차려낼

때가 아닐지?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 늘 목이 마른 상태이다.  겉으로는

번쩍거리고 잘 사는것 같아도 정신적으로는

초라하고 궁핍하다. 크고 많은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과

살뜰함과 사랑스러움과 고마움을 잃어 버렸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아름다움과 살뜰함과

사랑스러움과 고마움에 있다."


산에는 꽃이 피네 -법정스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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