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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n 16. 2017

쫄깃한 마늘구이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무궁무진함에 대하여


내륙의 가뭄으로 줄기는 가느다랗게 자랐다.

"언제 수확해야 하는 거지?"

같은 말을 부부 둘이서 하고 있으니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방증.

대문 너머 윤 어르신의 작은 마늘밭을 교과서로

삼기로 했다.

어느 날 그 댁 마늘밭이 텅 비었다.

문경의 마늘 수확 시기는 지금임에 틀림없다.



줄기의 영양분이 뿌리로 내려가도록 길게 잘라서

바람이 통하는 은행나무 아래 그늘에서 말리기로

했다. 땅에서 뽑혀 흙투성이인 채 놓인 마늘을

오늘은  좀 구워 먹어보고 싶다.



까도 까도 끝이 없는 게 양파껍질 이라더니 촘촘히

한지를 붙여놓은 듯 수 겹의 막들이 마늘을 감싸고

있다.

오랫동안 숱한 음식에 마늘을 넣어 왔지만 정작

햇마늘이 건조되는 과정에서 속껍질이 이렇게 

예쁜 색인 줄은 몰랐다.



껍질째 굽되 기름과 양념은 하지 않고 살펴보기로

했다. 껍질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것과 동시에

마늘 속은 한층 투명하게 변해간다.  뚜껑을 덮고

잠시 두었다 보니 마늘의 쫄깃한 식감을 눈으로도

느끼게 한다.



미술 교사였던 친구가 파와 배추의 그러데이션에

대하여 극찬을 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난 이후부터 나 역시 그 아름다움에 눈을 떠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예기치 않게 그 감성을 마늘 껍질에서

발견했다. 마늘 까기는 내가 싫어하는 일중 하나라

코스트코에서 갈아서 냉동해둔 큰 통을 일 년에

몇 번 사다 썼다. 그러다 보니 햇마늘이 건조

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몰랐었다.



내친김에 작은 묶음 하나를 정자에 앉아 손질했다.

마늘의 흰 껍질은 한복 천 같고, 속은 붓으로 줄기를

그려 넣은 듯 곱다. 줄기가 건조되어서인지 뿌리를

자르면서 반대로 젖히면 마늘은 쉽게 까진다.

눈으로 색다른 호사를 한동안 누리다 줄기에서

떨어진 마늘들은 병 속에 넣고 롤리팝 사탕 같은

마늘대는 병에 꽂아두었다.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마늘! 눈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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