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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n 23. 2017

Penstemon

모두가 처음 보는 꽃이라 했다


모두가 처음 보는 꽃이라 했다. '펜스 데몬' -이름도 처음 듣는다 했다. 강원도와 맞먹는 추위 속에서도 자주색 잎은 겨울 내내 생생하고 아름다웠다.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어도 끄떡없었다. 빈 정원에 무성한 잎만을 키우는 정체불명의 식물을 나는 확신 없이  여기저기 빈자리에 옮겨 심었다. 이어지는 가뭄에는 오히려 잎 크기를 줄이며 꽃대를 올리더니 오뉴월 내내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피워내고 있다.



 꽃은 볼수록 귀엽고 보송하다. 그러나 폭신한 꽃송이를 만져보면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무언가를 내뿜어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있고, 잎은 어디에도 벌레 먹은 자국이 없다.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정기적인 물 주기를 하였는데 줄기가 휘어질 정도의 씨앗이 달렸다. 1차 씨앗 수확을 하기로 했다. 씨앗 끄트머리에 남아있는 꽃들은 꽃꽂이 용으로,  자주색 줄기와 잎은 나무 멀칭용으로 분리했다.



 자엽으로만 알았는데 초록색 잎과 씨앗주머니도 섞여있다. 씨앗만 보면 바다에서 건져 올린 톳나물 같다. 아직은 대중화가 되지 않아 연구결과가 없지만 멀지 않아 봉숭아처럼 알려지면 꽃과 잎의 효능들도 알 수 있을 거다. 초여름에 줄기를 잘라낸 자리에는 새로운 꽃들이 늦은 구월까지 피어날 것이다.



 흰색과 자색 꽃 이외에도 저마다 고유의 이름을 가진 수많은 종의 펜스데몬이 세상에 자란다고 한다-'Blue Spring'/'Apple Blossom'/'Pink Necklace'/ 'Midnight Penstemon'/루비를 연상시키는 'Rubicundus'/ 딸기가 생각나는 Strawberry cream-Penstemon'까지... 히말라야 푸른 꽃양귀비만큼이나 길러보고 싶은 꽃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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