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기 아까운 과정-실수가 부른 행운
월요일 아침! 라즈베리 한통을 부산으로 보내고
싶어 시작한 택배 꾸러미는 키친가든에서 자라는
채소와 텃밭 생물들로 종류가 많아졌다.
비름나물과 머위는 한 번도 심은 적이 없건만 집
주변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머위의 향과 줄기의 식감을 좋아하지만 껍질을
벗겨낼 때 손과 손톱에 새까맣게 되어 좀처럼
식재료로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방학도
했겠다 외출도 줄어들었으니 못다 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택배로 보내고 남긴 머위 줄기는 배추와 함께
데친 후 잊어버리고 찬물에 넣지 못했다. 다른
일을 마무리한 후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두 번의 칼집만으로 줄기 하나씩이 시원하게 벗겨
졌는데. 예기치 않은 것은 머위 줄기 색이다.
찬물에 바로 넣었다면 연초록으로 남았을 테지만
익힌 후 잊어버린 것이 오히려 아름다운 색과의
조우로 이어졌다. 어떤 수채화나 동양화 물감
으로도 표현하지 못할 조화로움에 감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