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대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대문 앞에 섰다.
"약속이 없는데 누가 온 거야?"
들리지도 않겠지만 마음으로 소리쳤다.
"저기, 잠시만요"
목에 수건을 감고 작업복 단추를 채우며 창을
통해 바깥 사정을 살피는 짧은 순간이었다.
중년의 두 여자가 대뜸 대문에 달려있는 샛문
으로 능숙하게 손을 넣어 문을 열고 집 쪽으로
향했다.
"오 마이 갓!"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은 일면식이
없었음에도 많이 본듯한 모습이다. 그 나에 또래
의 전형적인 모습과 표정이다. 멀리서 작업 중
이던 남편도 의아해하며 그들을 지켜본 모양
이다. 동시에 우리를 발견한 그녀는 가벼운 목례
나, 실례하겠단 말도 없이 미소를 띠며 두툼한
파일을 펼쳤다.
"태양광을 설치하면..." :그녀의 시작은 이랬다.
"나가세요! 당장"
뒤 따르며 느긋하게 정원의 꽃들을 구경하던
그녀의 동료도 함께 대문 밖으로 밀려났다.
열정적인 교육과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채
곱게 화장을 하고
잘 차려입은 뒤
친절한 말투와
화사한 웃음을 짓는 것으로
오늘을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여긴 걸까?
예의를 잃으면 어떤 시작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모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