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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l 05. 2017

원추리

장마시즌의 정원 작업


 원추리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던 중에 장마를 맞았다. 초보 정원사가 일손을 놓고 공부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이 완벽한 꽃이 하루만 피었다 지는 꽃인 줄은 알지 못했다. 영어로 'a  day lily'로 불리는 것도  그 의미였다. 삼 년간 보아 왔으면서도 전에는 왜 몰랐을까?



 원추리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나선 길에서 좋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날마다 피었다 다음날 지는 꽃을 바로 따버리면 계속(보통 보다 오랫도록) 꽃이 핀다는 거였다. 마치 구근으로만 번식이 가능할 것 같은 달리아와 칸나를 씨앗 파종으로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느끼며 아침마다 어제 피었다 진 꽃송이를 따냈다.  



 장맛비 속에서는 어떤 꽃도 제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못한다. 비가 그치는 동안 나는 꽃을 바라보다  빠르게 따기 시작했다. 어린순은 나물로 맛있지만 꽃은 차(tea)로 적합하다. 독성을 염려하여 꽃을 따기 전 꽃술은 먼저 따서 버렸다.



비바람이 언제 칠지 몰라 정자의 중간 자리에 꽃을 늘어놓아 보니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니다. '많으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한 줄에 열개씩 놓으니 길게 이어졌고, 정면뿐만 아니라 뒤쪽에서 바라보아도 꽃 자체가 칼군무를 하는 꽃 그룹이다.  



 정자는 사방이 오픈되어있고 바닥도 나무라 꽃의 발색을 화사하게 할 것이다. 사방에서 부는 바람은 자연건조에 도움은 되겠지만 수시로 비가 오니 보관을 위한 완전 건조에는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만개했던 꽃을 말려보니 하루가 지나자 다시 봉우리 모양이 되었다. 넓은 소쿠리에 옮겨 담아 저렴한 농가 전기로 바닥을 데워 씨앗과 야채 등을 말리는 오두막으로 옮겼다. 내일이면 완전히 건조되어 있을 것이다. 유리병에 보관하여 편안하게 마시면 좋겠고, 모자라면 다시 꽃 걷이를 하여 넉넉한 차 준비를 하면 될 것이다.



주황색과는 달리 붉은 자줏빛과 노란색 꽃은

양이 많지 않다.



 평일 중에 를 만나러 온 G.Y가  떠나기 전에 생화를 넉넉히  따서 바로 차를 만들었다. 근심 걱정을 없애주는 약효가 있는 만큼 다시 시작하는 터에서 분발하기를 바라며 여러 잔을 권했다. 나의 꽃 이야기를 들으니 차 효능이 

느껴진다며  향과 함께 웃으며 떠난 G.Y!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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