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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ug 03. 2017

바다향을 몰고 온 손님

남자들은 우리가 없으면 만나지도 않을 거야.


 나 같으면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요청!

"너희(k. h씨네) 집에 놀러 가도 돼?"

"글쎄!

아니!

아니요!"

이런 나의 무심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유월초부터 시작된 방문객들은 팔월 첫째 주인 오늘까지 매주 이어졌다.



 며칠 전 바쁘디 바쁜 아랫 동서에게서 연락이 왔다. 별다른 휴가 계획이 없음을 감지하고는 집으로 초대했는데 고점을 찍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먼 걸음을 한 그 가족과의 시간은 감성 충만 자체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든 남자 형제들은  우리가(여자들) 없다면 아마 만나지도 않을 거야! 일단 만나면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저렇게 뭉쳐 다니잖아 ~"



 집을 오픈한다는 것은 공간이 말해주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들 역시 어느 장소에서 보다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면서 자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방문객들은 누구나 성의를 갖고 선물을 준비해 오는데 선물이 그 사람일 때가 종종 있어 감동을 준다.



 출발 전부터 산골에 사는 나의 살림살이가 걱정되는지 동서는 필요한 것 없냐며 물었다. 나의 대답은 No... No No!!! 박스에 얼음을 채워온 선물은 정말이지 웃음이

났다. 부산의 유명 가락국수 집에서 공수해 온 가락국수 생면과 쯔유,  홈메이드 멍게 젓갈, 그 외에도 이것저것. 아무튼 양도 푸짐했지만  음식을 챙겨주는 마음이 와닿아 뭉클했다.


 우리 부부가 한 번에 하나씩 꺼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한 솜씨 좋은 동서의 멍게 젓갈! 텃밭으로 나가 적 깻잎과 상추 치커리 쑥갓을 조금만 솎았다. 양파와 깨 참기름을 올리기만 하니 초간단 특별식이 되었다. 남편 밥은 양이 많게 나는 좀 적게 해서 비벼먹고 나니 향긋한 바다향이 마음에 까지 시원하게 분다.



 저장 음식으로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멍게 젓갈에 눈 뜬 시간이었다. 멍게가 가장 신선하고 맛이 오른 시기에 젓갈을 준비해 두면 봄에는 돌나물과 달래 미나리 마늘, 여름에는 깻잎과 치커리 양파 레몬 상추 고추, 가을 겨울에는 견과류들과 김가루 새싹채소와 해초 등을 넣고 비빔밥을 만든다면 좋을 것이다. 나의 방문객들은 저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속내를 인상 깊게 전해주며 나를 새로움에 입문하게 하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잊히지 않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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