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좀 비워주면 안 될까요?(여성 시각)
SEOUL EXODUS를 권하며....
퇴직 후 서울에서 사찰음식 2 강좌를 배웠다.
기본기가 부족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나였고 다
른 한 명은 YS였다. 일식 한식 중식을 다 가르칠
수 있는 쟁쟁한 실력의 선생님을 만나는 재미로
나는 출석했다. 요리 공부보다 만남이 더 우선이
었으니 지금까지 생각나는 건 뿌리채소와 버섯
으로 만드는 장아찌 하나뿐이다.
오랜만에 YS에게서 전화가 왔다. 충청도가 고
향인 그녀는 말 수가 적고 행동이 느긋했다. 그
녀의 남편은 오래전부터 귀향을 원했지만 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결혼 후 지금껏 서울에서만 살
아온 본인에게 시골생활은 현실감 없어 무시하
며 살았다고 했다.
한참을 듣다 보니 지금은 그녀 스스로가 자연으
로 뛰어드는 경험을 원하고 있었다. 내가 사는 주
변 땅 시세도 물었고, 집은 기거만 가능하면 된
다며 농가주택을 구하여 땅을 일궈볼 생각이라
했다. 그 부부가 구가하는 삶의 방향과 목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에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보통 전원 관련 칼럼이나 정보는 남자들에 의
해 써진다. 여기선 나의 경험을 정리해 본다.
1. 집만큼 중요한 건 없다
집은 낡고 오래된 농가주택 구입보다는 형편에
맞게 작고 편리한 예쁜 집을 지었으면 한다. 집과
사람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의식주의 중요도가 나이에 따라 변하지만 전원
에서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만남도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가면
즐거운 시작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자식의 방문
빈도 역시 부모가 가꾼 공간에 좌우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아름답게 더
아름답게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2. 공사비가 적게 드는 땅이 명당이다
명당에 대한 의견은 구구하지만 실제 '공사비가
적게 드는 땅이 명당'이라는 말은 적절한 조언
이다.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풍광만 쫒다
보면 개발비(땅 높이기와 주변 축대 쌓기 외에도
수십 가지 )가 많이 들어 경비 예상의 어려움과
경제적인 부담을 유발한다. 전원의 집 짓기는
집에 들어가는 돈이 100이라면 대략 +30 정도
의 여유자금이 없으면 짓다만 집이 될 소지가
크다. 하지만 부부가 서두르지 않고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낸다면 비용도 줄이고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3. 고향 아닌 고향 인근으로 가라
고향을 찾기보다 고향 인근 정도가 좋다. 남편의
옛 친구들과 지인들은 생각보다 심각한 손님이며
(느닷없는 방문과 잦은 술자리) 부부생활에
적잖은 불화가 된다고 들었다. 부인이 마음 편히
생활해야 장년과 노후가 활기차고 멋지게 된다.
지인과 친인척은 가깝지만 너무 가깝지 않게
사는 것이 최적이다.
4. 특실보다는 햇빛 속에서 걷거나 앉으라.
인생의 젊은 날도 느닷없이 왔듯 노후도 그럴 것
이다. 모든 인간들에게 좋은 병원의 특실, 최상의
요양시설 에서의 몇 년 간이 필요한 건 아니며
그런 사고방식은 적잖은 문제가 있다. 고급 실버
타운의 생활이 그리 즐겁지 않은 이유는 반복
되는 생활의 지겨움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의
변화 없는 이야기에 대한 싫증 때문 아닐까?
친정 부모님의 사례는 나에게 지금도 충격으로
남아있다. 사람이 병원에 가게 되면 누워만
있게 된다. 또한 '누워 있게 되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진리는 노인병원에 가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볼 수 있다. 햇볕 속에서 자신에 맞는
노동을 하며 심신을 건강하게 가꾸면 좋겠다.
5. 기준이 다른 곳에서 청년으로 살아보라.
60세 혹은 그 이상의 나이에 직장을 다니거나
일터가 굳이 서울이 아니라면 젊은 사람들 집
때문에 난리이니 서울 좀 비워주고 중소도시
인근이나 시골은 어떤지 묻고 싶다. 문화생활은
어디서 구하냐고? 자신의 생활을 주체적으로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면 된다. 최근에는 어디
에서든 배우고 구경할 것 많고 할 일 또한 충분
하다. 청년의 마음으로 살며 해보고 싶었던 일
들을 마음껏 해보는 것도 좋은 삶의 선택이다.
6. 철학적이고 지적인 여생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만큼 인생
후반에 큰 일은 없다. 인생의 완성은 혼자 있는
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며 지내는가
에 달려 있다. 장년부터 자기의 흥미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완성도를 높여 가다 보면 인생 전반에
걸쳐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자식과
이웃과 친구만 쫒다가는 자기 인생의 완성은 멀
어 지거나 아예 불가능해진다. 혼자만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거나 즐기지 못했다면 전원생활은
큰 괴로움일 수 있다. 충분한 자기 점검 후에
결정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