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로부터의 결별
주문한 톱이 배달되었다. 240mm 길이의 검은
색이다. 받자마자 독일가문비 나뭇가지 아래쪽
을 잘라냈다. 햇볕이 들어가지 않아 답답해
보였던 나무는 가지 몇 개를 정리한 것만으로도
생기 돋는다. 이발소에 다녀온 남편의 뒷머리
같다.
이곳 생활에서 내가 좋아하게 된 도구는 톱과
전지가위다. 나무의 수형을 다듬을 때 쓴다.
꽃과 야생화 가지가 웃자라 볼품없게 되기 전
에 맨 위를 잘라주면 키가 조정된다. 나뭇가지
를 풍성하게 하거나 꽃을 많이 피우고 싶을 때
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
(주의: 초보를 따라 하면 일 날 수 있습니다)
Q:무엇을 좋아해 본 적 있는가?
어린 시절엔 카메라가 좋았고 다양한 굵기의
연필 사용하는 작업들을 즐겼다. 물감과 붓도
좋아한다. 만년필은 좋아했으나 지금은 아련
하다. 품질 좋은 검은색 볼펜과 공책도 좋아
한다. 색색의 사인펜과 색연필도 좋다.
2년 전까지는 일하고 사람을 만난다는 이유로
끝없이 물건들을 구매했다. 각각의 옷에 맞는
액세서리, 구두와 가방, 스카프들. 지금은 굽
높은 구두 대신 장화와 검정 고무신, 스카프
대신 긴 면타월과 창 모자, 가죽 가방 대신 플라
스틱 바구니, 등받이 높은 의자 대신 느티나무
아래 놓인 돌, 손에는 반지 대신 일 장갑, 데스크
톱 대신 가끔 스마트폰.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니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고, 나 역시 새로운 만남들로 인해 변화의
맛에 입 맛을 다셔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