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의 자식들은 전업주부인 엄마를둔 아이와는 다른 집 밥의 기억을 갖고 산다. 모두에게저녁은 외식으로 송어회를 먹자고 말했다. 그러나외식이 싫다며 큰 아이가무조건 집 밥을 먹자고 한다. 그러고보니 아이둘은 일하며 하루 종일 혹은 일주일내내 외식을 하는 거다.워킹맘에서 퇴직했으니 그동안 못해준집 밥을 해달라는 것인지.....?
서울에서 유행하는 거라며떢볶기에 핫도그는본인이 준비할 테니 엄마는 주먹밥을 해줄 수있겠느냐고 한다.김밥은 나름 재료들이 좀 길쭉해야 하지만주먹밥은 어떤 식재료든다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재료는 텃밭의 작은 감자만 한비트, 묵은지, 단무지-썰어서 물기를 짜고, 볶음멸치, 파, 가쓰오부시와 섞어참기름을넣고 뭉치면 된다.
밥상의 백미는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것!오늘은오동잎 하나가 밥상에 올랐다. 하지만 너무 크다. 작은 잎 하나를더 잘라와 겹쳐 놓으니 초록 식탁보가 되었다.들쑥날쑥하지 않게같은 크기의 주먹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둘째다. 뭐든 잘한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2017/08/26
[2] 주먹밥과/ 쯔유 가락국수
방문객이 가져다준 쯔유 가락국수 생면 일부를냉동고에 얼려두었다. 모든 생면을 그렇게 보관해두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쯔유 소스를 접시에붓고, 삶은 생면 위에 김과 파만 올리면 된다. 오늘도 아이들은 엄마에게주먹밥을 해달란다. 식용꽃 이것저것을 딴뒤 데코레이션은 아이들에게 맡겼다. 코스모스와 삼엽 국화 베고니아를 배열하며 몇 번이고 웃음이 터진다. 눈으로 먼저 먹은뒤 이야기를 쏟아낸 밥상이되었다. 재료는오미자청과 파인애플 식초, 김, 단무지,당근, 소금, 참기름이 들어갔다.
2017/08/12
[1] 주먹밥과/열무국수
비트의 활용법을 생각지도 못하고 심었을 땐 무만 하게 크더니 올해는 제일 큰 게 달걀만 하다.비트는 연한 줄기까지 다 채 썰어 소금에절여두면 단 맛이 남는다. 신선한 채로 밥에 섞어도좋으며 자줏빛 보라가 구미를 당긴다.
식구들의 요청으로 오늘 주먹밥은 텃밥의깻잎과 당근비트그리고오이장아찌와 김치를 썰어 물기를 짠 뒤 참기름만 넣어 뭉쳤다. 과일수로 만든 열무김치 국수와 함께폭염이 계속되던 날이었다.
2017/07/30
네 식구가 2주에 한 번씩 만나니 한 달 동안 세 번 주먹밥을 해먹은 셈이다. 남은 밥은 오동잎에 그대로 접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찰기가 생겨 더 쫀득한 맛이 된다. 펼쳐서 먹기만 하면 되니 편리하다. 아이들이 일 하면서도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집밥으로 더없이 적당한 메뉴다.
[오동나무에 관하여]
작년에 어디선가 씨앗 하나가 날아와 자라기시작했다. "여기 이런 나무가 자랄 곳이 아닌데!" 싹둑 잘라버렸다. 올해는 한번 베어낸 자리에,새순을 낸 오동나무 중 최상으로 치는 손 오동이 날마다 자랐다. 키친가든에 커다란 잎으로 그늘을 드리워 채소들의 성장에 방해가 되어이번엔잎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부드러운 솜털이 난 줄기를가진 나무가 있다니! 느낌이 하도 좋아 잘라낸 잎을 한참이나 어루만졌다. 우산이 되어도좋겠고 햇빛을가리니 잎맥이 섬세하게비친다. 이렇게 잘라서버릴게아니라 다음 주에 아이들이오면 오동잎을접시로써보기로 하고 자르던 것을 멈췄다.
일 년에 100~250cm가 자란다더니 세 번의상차림 후에도 더 많은 잎을 내며 키가 훌쩍 커졌다. 이순신 장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 오동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유는 아들이 자라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기를바라는 염원에서였다고 한다.
비싼 조리원에서회복을 하는 것도 좋고 (그곳에서 아이의 인맥을 엄마들이 만든다고도한다), 호텔에서의 화려한 돌잔치도 좋고, 아이를 위해 영재원을 찾아다니는 것도, 미성년 자손에게 거액의 유산을 상속하는 것도 다 괜찮으나, 나는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면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오동나무를 심고 싶다.
돌아가시기 전 이순신의 어머니가 장군께 이런말씀을 남겼다고 한다.
"오동나무엔 봉황이 앉아. 봉황은 오동나무에앉아서 대나무 열매만 먹어. 그런데 대나무는 뿌리 번식이 불가능해. 열매를맺고 죽기 때문에 길게는 백 년을 기다려야
하지. 그래서 봉황은 큰 뜻을 기다리는 사람을뜻하지. 너도 그런 사람이 되거라..."
[중략]
<맹자>에 하늘이 큰 인물을 보낼 때는 반드시큰 시련을 준다고 하지 않았니? 네가 겪은 어려운 모든 일들도 모두 큰 인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임을 알고 큰 뜻을 품어라."
마지막으로 자식이 청렴정신을 잃을까 봐, 소나무느티나무로 만든 관이 아닌 소박한 오동나무로 만든 관으로 장례를 치르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훌륭한 자식을 갖고 기른 부모의 남다름을 생각하게 하는 오동나무 이야기! 주먹밥 접시에서 나는 한참이나 멀리 왔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