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Nov 11. 2017

전복 먹는 날

집이 맛집


 "전복 버터구이 괜찮겠어?" 전화로 집밥 메뉴를 조율하던 중에 물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잠깐 말이 없다.  그러다 상상이 되면서 구미가 폭발했는지 G.E는  너무 기대가 된다고 난리다. 막내와 큰 아이서울에서 퇴근 후 고속버스를 타고 으로 덮인 국토의 절반 지점 문경으로 왔다.



 전복요리를 나는 언제 해 보았던가? 그런 적이 없다. 문경은 내륙이며 산과 계곡물이 좋다 보니 민물생선 매운탕이나 송어회가 제격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복구이 요리를

약속한 터! 준비해야만 한다.



 마침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신선한 전복을 구할 수 있었다. 우리 집 요리는 협업이 꽃인데 전복껍데기 까기와 이빨 제거 내장 모으기는 남편이 자청해서 아주 깔끔하게

해주었다. 생소했지만 막상 해보니 새우나 전복 버터구이만큼 빠르고 손쉬운 요리는 없다. 실패 하기가 정말 어려운 요리다.


 명심할 거라곤- 해산물의 경우 요리 시간이 길어지면 질겨지고 딱딱하게 되어 맛과 식감망쳐버린다. 버터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중불에 마늘과 전복을 넣어 노릇하게 구워 마지막에 소금만 뿌리면 된다. 그 외의 기량은 사족일 뿐이다. 



 앞접시에 구운 마늘 편을 놓고 개인 접시에 마와 참기름+소금 그리고 은행알을 놓았다. 찬으로-보라색 무 피클(식초와의 화학 용으로 진핑크색) / 오일에 절인 고소한 맛 아티초크(코스트코 제품) /복분자 생강 초절임/

부추 액젓 김치/밥과 콩나물국으로 차린 밥상.

"다들! 식사 시간이에요~"



 간밤에 세상을 부수듯 불어대던 강한 북풍은 고요해졌고 주말 늦은 잠에 깨어난 식구들의 식탁엔 햇살이 비쳐 든다. 햇빛을 피해 버티컬 치고, 음악을 틀고, 가을 수확을 마친 정원사와 초보 농부가 차린 아침상이 준비되었다. 먼 거리로 인해 시간 소모가 많은 바닷가나 맛집을 찾는 대신 준비한 산촌의 상은 작은 노력으로 재미와 새로움에 수다떠는 시간이 되었다.



 일 년에 한 번 있다는 빼빼로데이! 커피와 녹차 빼빼로를 먹으니, 이곳에서 이런 날 이 과자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것에 웃음이 난다.  곧 옷깃을 여미는 기운에 몸을 사리며 두꺼운 외투를 입게 되겠지?

오래전 '성공적인 가족의 미래'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스스로 자기 몫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면서, 함께 하는 시간은 유쾌하고 행복 충만한 시간이 되기를 그렸었다. 매사가 그런 것처럼 가족의 삶에도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바다의 웅담이라 부르는 전복의 아름다움은 속을 다 꺼낸 자리에 있었다. 올 2월에 보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해안의 엄청난 크기와 상상초월의 양을 자랑하던 다시마는 전복 먹이의 최상이라 했다. 지금 그곳에선 한국의 전복진주양식 기술이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전복에 바이오 진주핵을 시술하면 40일 경과 후엔 코발트 색상의 보석 진주가 자란다고 한다. 전복껍데기는 한국 칠기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던 재료였으나 이제 진주를 품어 키워낸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 내린 아침 걷다 돌아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