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3월! 봄이 올 것 같은 2월의 마지막날 종일 찬비가 내렸다. 겨우내 집안 곳곳에들여놓았던 많은 화분들은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 지금부터늦가을까지 정원과 텃밭 일이 많아질 텐데 화분에심긴 꽃과 식물을 따로돌보기가 쉽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 칸나부터 어찌해 보기로 했다. 햇볕이 강하면 잎이 타버리고, 뿌리가 항상 물에 잠겨있어야하지만 가뭄에는 날마다 주는 물로도감당이되지 않았다. 장마철이라고 딱히 적당한 건 아니어서 비바람이 불면 멋진 잎이 결대로 찢어져 펄럭거리기 일쑤였다. 관리하기쉽게실내에서 키우며 식탁 위의미니정원으로 쓰임새를 달리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통 안에서 자라던 물칸나를 빼내,잎을 정리한 후 중간 크기 솥만 한 사발에옮겨 심고 마사토로 채웠다. 마사토 위에 작은 돌멩이를 깔고 더 큰 둥근 돌멩이 몇 개를 올리니 여름에도냄새없이 키울 수 있으며, 보기에도
좋다. 다시 추위가엄습한 날! 식탁 위의 연두 잎 물칸나를 보니 봄 같고, 여름스런 마음으로생기가 돋는다.
오종종한 화분에 심긴 여러 가지 다육이들도양지와 반음지 정도로 분류하여 식탁 위 정원을만들기로 했다. 깊이가 깊은 화분에는마사토를넉넉히 깐 뒤 자줏빛 줄기의rubynecklace를떨어트리듯 심었다.다육이는 각각의 잎들이 가진 아름다운 색깔이 잘 어우러지도록배열하니 한 개의 화분에 많게는 아홉 종류가심겼다.이렇듯 모아 심으면 미니멀리즘과 센스넘치는 집 꾸밈 효과를 동시에 볼 수있다. 중요한 것은 화분 재질이나 컬러를 먼저통일하는 것이다.
현재 마당 있는 집과 정원 혹은 아파트베란다를 갖지 못한 사람들도식물을 좋아한다면,당장 자신만의 미니정원을 공간 한편에 만들 수있다. 위의 사진 중에서 둥근 두 개의 화분은몇 년 전아파트에살 때 누군가 버리고 간 것을주워온것이다. 휴가 때와 연휴에버려지는 게애완용동물이라면 이사철에 버려지는 것은 죽어가거나혹은 멀쩡히 살아있는 식물들이 담긴화분들이다.
생활공간 어딘가에 '미니정원'을 만들어두면일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이한층 쉬워질지도모른다. 원하는 취향에따라 화분을연출해보면 얼마지나지 않아 다른삶의 이야기가만들어질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