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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y 07. 2018

복슬한 털을 가진 내 마음의 꽃

정원으로 들어온 야생화

  학교 소풍을 갔던 곳에서 나는 할미꽃을 처음 보았다. 산속 양지바른 무덤가에 피어난 할미꽃의 아름다움은,

보는 순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순간이었지만 잊혀지지않았던 꽃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었다.




 도시에서 학교를 마치고 일을 하느라, 어느 가게에나 비슷하게 진열된 화원의 꽃들만 보던 내게, 전원으로의 이사는 할미꽃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 위 사진-집 건너편 산자락,촘촘한 풀들 사이할미꽃.] 집 정원으로 이식한 둘째 해부터는 제법 하게 꽃을 피웠건만 번식을 위한 씨앗은 채종 전에 다 사라져 버렸다.



 "올해는 널  그냥 날려 보내지 않을 거야." 할미꽃 씨앗을 바람에 몽땅 날려 보내지 않으려면, 5월 초에 채종하여 바로 씨앗을 뿌려야 한다. 땅 위에 그냥 뿌려 놓아서는 성공확률이 미미할 수 있으니 씨앗 서너 배의께로 흙을 덮은 뒤 손바닥으로 눌러두려고 한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씨앗에 붙어있는 날개로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3월과 4월 - 하얀 솜털을 쓰고 피어난 꽃] ]


[4월 중순 이후-보송한 솜털 대신 이건 뭐?]


[5월 초- 하얗게 된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5월 3일: 줄기를 잘랐고, 5월 7일:씨앗의 실체와 대면했다 - 씨앗 생김새가 인간의 정자를 닮았다. 인간과 이 꽃은 혹 같은 뿌리를 지닌 것 아닐까?]



 관심을 갖고 방법을 찾으니, 씨앗 수확은 쉬웠다. 척박하고 건조한 토양에, 햇빛만 잘 들면 되니 계획한 할미꽃 군락 조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해열, 수렴, 소염 ,살균 효과가 있는 만큼 적절하게 이용하고, 독성 강한 뿌리는 천연살충제로 만들어 정원관리에 쓰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 시절 보고 마음에 깊이 담아두었던 할미꽃과의 인연이 지금부터 풍성하작 되려나 보다. 젊어서도 늙어서도 할미꽃인 너는 '공경'이 꽃말이듯 멋지고 품위 있는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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