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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an 15. 2019

황금가지를 건네며

생일 축하해


 사려 깊지만 동시에 허당^^인 너의 생일날! 이 글을 쓰고 있는 창 너머엔 흰 눈이 쌓여있어. 퇴근하고서 작은 파티가 준비된 식당으로 서둘러 가고 있는 너와 잠시 통화를 했네.


 너와 엄마가  많이 주고받았던 게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니 작은 메모와 편지 그리고 책과 글. 근래 몇 년 동안은 속내를 아낌없이 털어놓은 수다!



 보통의 가정에선 부모가 자식을 믿어주어 좋은 관계를 이뤄간다는데, 우리 집엔 자식이 부모를 믿어주고 넘치도록 생각해주니 참으로 고마웠어. 해서 너희 자매가 미국에공부하고 있던 고등학교 때, 더 늦으면 안 되겠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엄마가 '사과편지' 보냈던 기억나? 돌아보면 나는 모에게 감사 대신 비판이 했고 드릴 기쁨 대신 걱정을 많이 끼쳤어.




 너의 유리 같았던 여린 섬세함은 어느새 중 키 정도의 강건하고 뿌리 깊은 나무가 되었어. 독립적인 사고방식과 관계 속에서 사람의 어떤 면을 봐주어야 할지를 아는 점 좋아.


 올해 마지막 날엔 한국을 떠나 오랫동안 그 먼 곳에서 살게 되겠지? 헤어질 생각에 불 꺼진 거실을 서성이며 울고 있는 엄마에게 아빠가 가만히 다가와 그러시데. "아이고! 떠나보내 게 아니라 좋은 사람 데려왔으니 앞으로  더

즐거울 거야! " 맞아.



 '인연' 만큼 소중한 게 없지만 좋은 인연은 만나기도 이어가기도 힘든데, 엄마에게 넌 귀하고 감사한 인연이야. 그런 네게 함께 길을 가기를 청한 사람도 마찬가지겠고.


 나에게 아빠와의 만남과 결혼은 '큰 자유'를 선물로 받은 사건이라면 사건이었어. 그런데 너를  낳고 보니 자식은 부모를 정말 분발시켜 존재더라. 덕분에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심히 일 하고 성취할 수 있었어. 보람이야 더나위 없었지.


 사랑해. 너의 생일날에 맞춰 수채화로 그린 그림-네가 어느 곳에 살더라도 행운의 힘을 주었으면 한다. 네 이름자가 가지(나뭇가지)'지'와 착할 선비 '언' 이잖아? 해서 자세히 보 알 수 있겠지만 가지는 황금색으로  마무

 했어.



 이제 네 삶을 완전히 독립된 사람으로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어 갈 시간이 다가오네. 함께 잘 만들어 갈 수 있단다. 엄마와 아빠도 응원할 테고. 사랑해.

- 2019.1.15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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