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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Feb 27. 2019

당신 멋지세요

싱가포르 남자


 Jurong lake garden을 걸어서 나오다, 앞 서 산책 중인 사람의 멜빵 가방에 관심이 갔다. 어깨 끈 플라스틱 통 살에 끼워 메고 걷고 있었다. 가방 속은 비닐봉지다. 국민소득 6만 불이 훨씬 넘으면  이 사람처럼 초탈하여 저런 백을  들고 다니나 보다 지레짐작했다. 가까이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으나 내용물은 보이지 않는다. 부부가 산책하는 모습으로 봐서 물과 간식을 넣어 다니겠거니 했다.



 좋은 날씨 덕에  어슬렁거리며 걷던 나는 궁금하여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Hey, 저기 어르신. 그 안에 뭐 들었어요?"

"아, 이거요? 쓰레기인데, 왜?"

"공원 직원이세요?"

"아닌데.-이즈음 함께 걷던 부인이 저만치 먼저

걸어 가버린다."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soooo What?(표정으로 보아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

잠시 멈칫하더니 나의 궁금증을 알고 있는지 대답했다.

"으어 말이지, 나는 공원 산책할 때 그냥 이 bag 메고 다녀. 슬슬 걸어 다니다 뭔가 바닥에 있으이걸로(손에 쥔 도구) 집어서 줍고, 산책 끝나면 입구 휴지통에 던져버리지."

"오, 최고세요. (엄지 척) "

이해가 안 된  표정으로 나를 보던 어르신께 한껏 미소 띤 얼굴로  "bye bye."


 전원으로의 이사 후 자주 나의 화를 돋우는 있다. 바로 집 앞으로 난 한적한 산책길에 던져진 각종 캔, 음료수 병, 담뱃갑, 비닐봉지, 건강 음료 팩, 어떨 땐 전봇대 작업을 와서 끝내고는 버리고 가버린 작업용 신발과 헬멧과 같은 것들. 끝없이 이어지는 불쾌감을 어느 날 부턴가는 이런 세뇌를 하며 화를 삭인다.'아주 아주 먼 훗날 이것들이 땅 속에 묻혀있다 파헤쳐지면 후손들이 아 ~조상들이 살았을 당시 이런 물건들을 썼구나.' 스토리 전개가 참

으로 어설프다.


 젠장. 글을 쓰다 말고 멋진 싱가 포리언을 생각하며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길을 나섰다. 막상 쓰레기를 줍다 보니 오늘은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이 작은 것 하나도 쉽지 않기에 나는 그에게 엄지 치켜세워 마음의 감동을 표해

겠지? 한치의 갈등도 없이, 버리는 사람들을 미워함 없이 그분처럼 습관이 될 수는 없을까?


[Jurong Lake Garden]


 주롱 레이크 가든의 중앙 왼쪽으로 펼쳐진 일본 정원 모습이다. 마지막 사진에 머리를 묶고 벤치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이는 70 정도가 되어 보이는 남자다. 싱가포르 역시 세계대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원조의 손길을 받지 않을 수 없던 시기에 가해자였던 일본은 이렇게 나라 정원 문화를 여기다 실현시켜 놓았다. 우리나라 정원? 아쉽지만 함께 허덕였던 시기라 어느 한편에도 아직은 없으나 희망은 있다.


 

 일본 정원에 이어진 중국 정원이다. 다민족 국가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계 덕분에 광활한 부지에 어마어마한 높이의 탑들과 석상들을 배치해 놓았다. 최근 나는 민화를 그리며 괴석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정원 곳곳에 초연한 느낌의 암석을 배치한 일본 정원과는 달리 자연스럽고 용맹해 보이는 모양새에 웃음이 난다.


 
 세계 공원의 많고 많은 벤치들이 있지만 여기서 만난 십이지신상 벤치는 특이했다. 귀여운 아기돼지상은 어루만질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움을 가졌고, 공원을 둘러싼 호수 정경은 아름답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는 물 고갈 국가로 분류된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물 이외에도 호수에 빗물을 모아 관리하여 일급 식수로 쓴다고 한다. 작은 도시 국가에서 18개의 호수로 국민 건강과 나라의 경관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는 정책과 기술력에 힘껏 박수를 보낸다.


 2016년 National Parks Board(국립공원위원회)는 중국, 일본 정원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고 한다. 총면적이 축구장 144개와 같은 규모로 구상 중이며 2020년부터 단계별로 완성될 계획이라 한다.


함께 여행했던 장현숙 님의 중국정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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