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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r 16. 2020

고급스러운 삶

거저 얻은 봄나물-흔해서 좋은 줄 몰랐던 맛


 산책길을 하루에 세 번씩 남편과 함께 걷는다. 산 너머의 일출은 날마다 다른 찬란함 띄며 떠오르는데, 오늘은 주홍에서 주황이었다가 황금빛에서 붉게 변다. 주홍색 젤리 칼로 잘라 봤을 때 투명하고 맑아 입이 절로 어지는 컬러 한동안 지속되 광채를 내며  아오르던 모습이라니!


 사진을 찍을까 망설였지만 손에는 뜨거운 커피잔뿐이다. 그보다 아무리 화소 좋은 카메라 즈도  눈앞의 장엄함담을 수 없기 가만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3개였던  모임 줄여나가던 중 어느 순간부터 '자택 칩거'만이 답인 시국이 되어 2월부터는 온전히 집을 중심으로 들고날고 있다. 본업이라 여기고 있는 정원 일 다시 시작하고 보니 온전하지 못한 기억으로 여기저기 호미질하다 땅 속구근을  찍어 버릴 때가 있다.


 마음이 밖으로만 내달았던  기간 동안 정원은 겉모습과는 달리 속에 문제가 많았었다. 곳곳 심긴 장미 뿌리는 사방의 여러 화초와 식물얽히고설킨 뿌리에 압사 직전이었다.


 '마음의 방역'정원 재정닥을 잡아. 실내에선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 보며 연신 업데이터 되는 코로나 19 소식에 불편하고 불안하기에  날씨가 쌀쌀해도 바깥일을  속적으로 가니 이내 괜찮아다.



 오늘은 에서 하게 자라는  풀을 여겨보았다. 선명한 초록망초가 곳곳에 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무성한 잎으로 뿌리를 안전하게 덮 있으니 저리도 자라는 거다.  가본 지 오래되다 신선한 나물거리가 없어 아쉬웠다.


 풀로 자라 6~7 월면 집 아래 땅을 온통 계란꽃으로 덮어버릴 이 무시무시한 생명력을 다른 으로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지금 시기 부드러운 나물로 먹을 수도 있고, 잡초 제거도 되니 정원 관리도움이 될 듯하다.



 망초가 어느 정도 자란 4월부터 나물을 해 먹 건 알고 있었지만 이른 봄의 맛이  궁금다. 된장 양념으로 무쳐 먹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향이 초벌 냉이 같고,  아주 부드럽다. 흔해서 관심 두지 않았고 몰랐던 게 어디 3월 망초 나물뿐일까?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교장선생 한 분이 생각난다. 멋지고 우아하여 만날 때 기분이 좋았는데 하루는 망초 꽃을 학교  풀밭에서 꺾어와 플라스틱 통에다 무더기로 꽂는 게 아닌가?

"이게 뭡니까?"

"아~ 교육청에서 저희 학교를 방문하게 되어 비하는 중이에요."

그러고 보니 야생풀화를 꽂은 통 플라스틱 휴지통에 포장지를 두른 거였다. 얼마 후 그녀는 최연소 교육감이 되었고 나와는 또 우연하한번 더 만난 적이 있다.



사랑스러GE가 보내준 아랫글 망초를

여러 번 생각났다.


시사 잡지인 <뉴스위크>의 대나 토머스 기자가 스페인 계단 옆에 있는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르네상스 후기풍 저택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그에게 무엇이 고급스러운 삶인지 물었다. 패션의 대가로 꼽히는 발렌티노 가르바니만큼 고급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에게 말했다.

"내 의견을 말하자면 자신에게 맞는 특정한 삶,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삶, 얻고자 하는
위안을 누린 삶, 그리고 집에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갖춘 삶을 영위하는 일이 고급스러운 삶이다. 그런 삶은 스스로 노력해서 이룩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사치는 고급스러운 삶과 관련이 없는, 그저 과시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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