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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pr 15. 2020

보석 같은 - 식재료의 발견

Oh!


    땅 속에서 크림색 진주알들이 려 나오는 줄 았다. 파종하여 기르는 게 아니어서 올봄에도 산책하며 달래가 자생하는 곳을 유심히 봐 두었다. 한 곳은 언덕 위 감나무 아래였고 다른 곳은 정자 맞은편 흙이 보실보실한 곳이다. 오늘은 드디어 야생 달래를 수확하는 날! 실처럼 가는 줄기를 잡고 호미로 땅을 파기만 하면 숱한 달래 뿌리들이 나와 남편과 나는  몹시 황홀했다.

'땅 속의 한 줌 진주가 아니고 무엇일까?'



    서둘러 준비한 우리 집표 안심 식재료를 차곡히 박스에 담아 부산으로 보냈다. 산촌생활 중인 며느리와 아들이 도시 어머니께 보내는 봄소식이다. 쑥을 선물로는 보냈지만 정원 일이 많아서 정작 난 아직 쑥국 한번 끓여 먹지를 못했다. 다시 소쿠리를 들고나가 우리 것도 준비한다.



    "색다른 식재료가 없을까?"- 시작된 호기심! 도라지 밭의 새싹에 마음이 간지 며칠째다.  우연히 자투리 땅에 씨앗을 뿌렸는 데 성공하여 단일품종 최대 면적을 자리한 도라지 정원. 다들 지 뿌리를 먹는다지만 우리 부부는 한 번의 절화로 여름에 한번 가을에 한번 흐드러진 과 흰색 도라지 꽃밭을 쓰다듬으며 좋아했다. 내년이면 3년 근인가 4년 근 정도가 되니 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농약 뿌리채소라 도 할 테.



    도라지 순 줄기를 만져보니 억세지 않고 통통, 말랑말랑하다. 살펴보니 굵기만 다르지 아스파라거스(asparagus) 아주 흡사하다. 나물을 가위 자르순간 여러 가지 요리들이 상된다.



    좀 길게 자란 순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 버터에 마늘향을 낸 뒤 소금과 후추를 뿌려 구웠다. 달큼한 풍미와 아삭한 식감과 맛이 일품이다. 일부는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이 또한 얼마 담백하고 신선한 줄기의 즙이 맛나던지!



    내친김에 첫 수확 부추전도 구웠다. 찹쌀가루와 부침가루 반반을 하면 먹는 내내 부드러움과 찰진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유명한 동래파전이 된 것이다. 격리된 생활이 길어지니 몇 년간 열심이었던 그림에선 마음이 멀어지고 살고 있는 땅의 생명들에서 새로움을 찾고 있다.


    떤 경우에도 "술 한잔하고 싶다"라고 느낀 적 없는 내가 요즘엔 먼저 술 한잔을 제안한다. 늦은 오후 산벚나무 아래에 가만히 서서, 오늘은 도라지 순 볶음으로 충청도 알밤막걸리를 마셨다. 



    나물에 대한 앎생겼다. 채소는 양념  재료 본래의 맛을 알아야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둘째 날은 재료를 데치지 않고 바로 볶음 요리를 해보니 도라지 뿌리의 약한 쓴맛과 향이 줄기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새로운 요리에 감탄하며 술잔을 부딪혔던 남편이 검색한 정보에 의하면 "이래서 여태껏 도라지 순 요리를 잘 몰랐었구나!"싶다.


 도라지 순 나물은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귀하게 사용했던 고급 나물
이며, 요즘엔 호텔이나 횟집 등에서 고가
에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된다는 것.

 순의 채취 시기도 연중 1회에
그치기 때문에 노동력과 인건비로 인하
여 생산과 유통이 활발하지 않으며. 또한
도라지는 뿌리 작물로서의 인식이 강하
여 순의 대량생산과 유통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뿌리 이상으로 많은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음 또한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시간이 흐른 미래의 어느 날, 다른 시각으로 식재료를 이용하는 셰프가 나타나, 이 채소가 가진 매력을 널리 알린다면 손쉽게 누구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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