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학교는 못 가는데 학원의 약 90%는문을열었고,과외는 성업 중이고, 스터디 카페는만원사례란 뉴스. 격리가차선이나마 대안인 시국이 오히려 '위기가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기회'라는 인식은 동학 개미들의 주식투자 이상으로 많은 부모와 입시 관계자들에게 광기를 불어넣고 있는 듯했다.정작학생의 염원과 바람은잘 모를 뿐아니라 관심사가아닌 교육현장.역지사지!-자식둘을공부시켜본 내가 어찌 그 부모들 심정 모를까?
나는 지금 생각해도 쓴웃음이 나는'선행학습'에 덴 적이 있다.주변 엄마들의 열정 넘치는정보교환에"우리 아이들은 어째야 하는 거지?"-'부화뇌동'하는 속내는 있었지만그렇다고함께 발맞춰 수년 동안 지켜나갈체력과정신력이 내겐 없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살림과 일을 하다 보니일상 자체가 버거웠던 나의 30대.큰아이는 당시 아파트에서'인도 아가씨'라는 별명으로불렸다. 다들 학교에서학원으로 이어지는 수업과 숙제에 파묻힌하얀 피부의 또래들 중에 까맣게 윤기 흐르는 피부를가졌기 때문이었다. 이유는사계절내내 가방 던지고 노는 일이 잦았고,가을 즈음부터는자유스럽게놀라고 입힌편하고 따뜻한스키바지를 입고 논 태양의 산물이었다.
아이가 6학년이 되었을 때,엄마들의 모임에 참석했던 그날이 생각난다. 전교에서 공부 잘하기로유명했던E의 엄마가 전설적인 명성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초등학생이중학교 과정을 이미선행 학습한 것은 기본이었고,다양한 분야에서이런팔방미인이 없었다. 다들 E와 E의 엄마를 롤모델삼아 묻고 답하며 자신들의 아이를몰아볼 요량이었다. 당시 E엄마의 위상은 - 입시전문가이자,예습, 복습, 선행학습 매니저 같기도 했다.
모임 후 집으로 돌아와 내아이둘을 보니 기가막혔다. 책가방을 음악학원에서가져오지않아 오밤중에난리가 나는날이 빈번했고, 여차하면놀이로고단하여숙제는 펼쳐놓고 자기 일쑤였다. 이러니 선행학습은 고사하고 교실수업 챙기는것만으로도 벅찼다.욕심은났었지만 내 아이는E와는 다른 타입이었다. 결국 중학교를 거쳐고등학교 때까지 어떤 것도 앞질러 공부하지않았고 또한 못했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대치동이란지역과 그게 의미하는교육 1번지라는 것이 어떤 현실을 말하는지역시 알지 못했다.모르니 궁금한 것도없었고문제 된 적은 더더욱 없었다. 회사직원들에게 복지혜택중 살 수 있는아파트를 제공하는것이감사하여,도시에서 떨어진 변두리에 살았
다. 다행히 자연 속에서 마음만은 여유롭고재미있게 지냈다.
나는 '스포크 박사의 육아서' 한 권을지침 삼아아기를 키웠는데, 왜 그랬는지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시키는 것에 꽂혀, 우리 부부의 옆방에 신생아를 재웠고 문을 열어놓아 연결되게 했다. 아이가 크면서는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교육적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의 불안했던 어린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잘 짜인 공부법보다는 '사이좋은 부부'가 되어 ' 행복한 가정'같은걸 만드는 게 나에겐 그나마 가능한 자질이었지 싶다. 짧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마음이 안정되면효율 측면에서도 좋고, 인성 발달에도 건강할 것임을 알기에!
아이가 고등학생 때부터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나와 남편은 해외근무를 했다. 홀로입시에 마음이 쓰여좋은 대학을 보낸 부모들이 쓴 책을참고하려고했을 때다시참담했다. 그토록 완벽한 커리큘럼을 십 년 이상유지한 아이들에 놀랐고, 부모의 정보력과 헌신에 황망한 기분이었다.
아이는 대학 때도 대학원 때도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는 말했지만 어느 학교에지원했는지 말하지 않았고 , 그래서 묻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본인이 원한 경험과 커리어를쌓아가던 아이는 올해 다시 공부할 기회를 원했다. 서울대 국제학부 석사 후 몇 년간회사 생활을
했고, 현재는 하버드대학에서 흥미롭게공부하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선행학습의 귀재 E가 훗날 어떻게 공부를 이어갔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 역시 E의 안부가 궁금하여 알아보니 수능 당일 쓰러져 시험을 마무리짓지 못했다고 한다. 길고 긴 시간 참으로 성실했으니 이어지는 삶도그러할 것이나~ 다만 너무 어린 나이부터 버거운 '선행학습'의 올무를 메고 장거리 마라톤을 뛰다 보니 그 외의 선택지를 다 지나친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 자녀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개인적, 지역적, 나아가 세계적 수준에서자신이 갖는 영향력을 깨닫게 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으로 아무 변화도 일으킬 수 없다는 사고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결정과 행동이라도 꾸준히 하면 폭넓은 영향력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건강한 자기 존중의 감정을 가지고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정과 행동을 끊임없이 계속하면 중요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부모가 본보기가 되어 가능성을 보여주라. 아이들에게 능력을 키우는 질문, 자신이 의식적으로 선택한 가치와 규칙에 따라 사는 생활, 그리고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의 효과를실천적으로 보여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