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말과 오는 선물
J는 현미를 사러 이천 정미소를 가자며 아침부터
말했다. 아침나절 나는 어떤 크기의 장미가 몇겹
으로 피어날지 모른체 뎅강 잘려진 장미 묘목을
정성스럽게 심었다. 밥좋은 산수국은 하우스
에서만 자란탓인지 찬 기온 아래에서 잎이 금방
시들고 만다. 녀석들!올 겨울을 잘견뎌서 내년
에는 새순도 내고 꽃도 활짝 피우면 좋을텐데....
우리 땅과 이웃집 땅의 산쪽 경계는 애매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이사 오기전 두 집안의 반목은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전 주인이 하도 성격이
괴팍하여 자신은 백전백패 하셨다는 배노인!
하지만 다른 마을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괴팍
하고 욕심 많기로는 두 사람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했다. 와~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지? 이말 저말 다 듣다가는 밖에도
못나간다.
마을의 70여가구를 다녀보니 다들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산다. 나 역시 처음엔 어린 아이들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낮은 대문만 걸쳐 놓았다가
잦은 이방인들의 방문이 번거러워져 큰 철대문을
설치했다. 헌데 배노인의 감은 우리집 대문을
통과해서 언덕쪽으로 가야만 수확을 할 수 있다.
정미소 가는 길에 그 분 댁에 들렀다. "어르신 언제
감 따실거에요? 저희가 시간 맞춰 문을 열어
둘테니 오세요. 빵도 준비해두었으니 할머니와
커피 드시고 가시라." 했다.
술을 드신듯 얼굴이 불콰하신 배노인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뒤엎었는데. 올해는 공사도 좀 있고
농산물 수확할 일이 많아 감을 따러 갈 수 없으니
우리더러 주시겠단다.
감나무는 부러지기가 쉬우니 가지를 잘 봐가며
올라가서 따야 한다는 염려어린 말씀까지 하셨다.
얼떨결에 감사하다며 돌아서던 나를 부르시더니
창고의 단감까지 한아름 안기신다. 사람이란
직접 부대끼며 느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