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켜진 환한 등대
길거리에서 꽃씨를 따고 나니 손이 아주
새까맣다. 어정쩡한 자세로 소나무 숲이 길게
펼쳐진 맞은편 주유소까지 갔다. 기름을 넣고
손을 씻었다. 남편은 주유소 중에서 이 집에만
오면 차에서 내려 주인과 몇마디의 인사를
나눈다.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다 훈훈하다.
늦가을 풍경을 손으로 만지듯하며 쌍용계곡
쪽으로 향했다. 여름내내 사람들로 북적이던
펜션들은 영업철수를 한건지 키작은 입구등만
켜져있다. 산쪽에 위치한 거대한 리조트는 객실
마다 환하다. 얼마전 출소 했다던 그룹 회장님이
벌써 마케팅 성과를 올린건가?
도착한 식당에서 갈비살과 가브리살 2인분을
주문했다. 주인 내외는 손님들 시중드는 짬짬이
우리 테이블에 이것저것들을 더 챙겨준다. 오늘
은 노란 배추 속이 맛있다며 한웅큼 더 가져다
준다. 우리부부는 올해 배추 60포기를 심었지만
고라니 (뿔없는 사슴)가 와서 먹고 그것도 모자라
발로 다 차버리고 가는 바람에 겨우 세포기가
남았다고 하자 폭소가 터진다.
여사장님은 통크게 자신들이 기른 배추를 열포기
주시겠다고 했다. 말리느라 혼났다. 서비스로 제공
된 청국장 찌개까지 먹고 나오니 아삭한 상치와
배추 세통을 선물로 주신다. 천천히 집으로 돌아
오는 길 가로등 없는 계곡길은 어둡지만 마음에
환한 등대가 켜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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