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필요만 헤아리면 궁핍을 면할 수 없다

선물은 사랑이다

by 이경희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 우리는 서울에서

문경으로 돌아왔다. 마을 어귀의 고깃집과

치킨집 그리고 슈퍼마켓의 불빛이 따스하다.

과천에서 구입한 장미와 블루베리 목단과 수국

인동덩굴은 추위를 피해 차고에 안전하게 놓아

두었다. 이웃 두 집에 보낼 도시의 빵은 비닐

백에 담아 따로 놓아둔다.


스물일곱 번째 맞은 결혼기념일! 아이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편지와 선물 그리고 멋진 곳에서의

식사는 두고두고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할 것 같다.

제 필요를 뒤로하고 마음을 써주는 것이 고맙다.

살아보니 자기 필요를 우선시하는 사람은 남과

나눌 게 없고 주변 사람을 우선하는 사람은 자신

의 필요를 적게 하는 멋스러움이 있더라. 두 녀석

사흘 동안 부모에게 시간을 나누고 선물하는

라 이번 달 굶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친구가 있다. 부모님이 부자셨다. 친구는 전문직

에서 오랫동안 일했기에 여유가 있었다. 몇 년 전

부모님께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부모

님이 부자라서 용돈을 드린 적도 선물을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연로하셨던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별히 잘 나가는 아들 둘을 둔 친척이 계신다.

아버님의 장례식 날 묘소 앞에서 하시는 말씀에

섭섭함이 베여 있었다. "내가 연금 받으며 지내는

줄 알고 아들 둘은 전혀 신경을 안 써! 지금 입은

이 윗도리는 큰 딸이 (형편 어려운) 등산화는

막내딸이 사줬어" 이게 끝이다. 그 댁 큰 아들을

지금도 종종 TV 연말 시상식에 연예인에게 상을

주러 나온다.


남의 집 사정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현기증

나는 일이고 관계다. 어머니는 생선 대가리 좋아

하시고 짜장면을 안 좋아하시는 분이 아니지

않은가? 부모도 감사하는 마음 담긴 편지와 선물

받는 것 좋다. 이때 선물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자라면서 충분히 배려받지 못한 상처로 트라우마

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의 많은

부모들도 자식으로부터 인정 존경과 사랑을 받지

못해 속이 메말라가고 있음을 종종 본다.


명절 때마다 할머니 용돈을 챙겨 드리는 큰 아이

에게 한 수 배운다. 부모에게도 어려운데 할머니

까지는 엄두 나지 않는 일일 수 있다. 길고 탐스

럽던 머리카락을 정갈하게 묶어 자른 뒤 소아암

어린이에게 보내는 모습에서 또 한 수 배운다.

돈과 머리카락!-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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