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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r 20. 2022

과도한 은총은 적을 만들 수 있다

너의 노트에, 내가 대신 글 쓰지 않기를 다짐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의 고통에 간섭하지 않는다. 오늘 불행에 빠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제까지 행복했던 자들이고, 그들은 언젠가 또다시 행복해질 것이다. 냉정한 판단력으로, 타인의 짐을 대신 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영영 인내심을 잃게 되고, 당신은 당신 자신으로부터의 절망이 아니라 그들의 절망에 함께 내던져지게 될 것이다."


 

 새벽 두 시에 일어났다. 어제부터 E의 진로가 몹시 걱정되었다. 도움 되는 제안이 있을까 고민하며 아침이 밝아오기까지 앉아 있다 보니, 결과는 부풀어 오른 입술이었다. '아침 오분의 사색'에서 접어둔 책 페이지를 펴니 위의 글이 다가왔다. -맞아! 스스로 잘 해낼 텐데. 괜히 나 혼자 이러고 있었네.


 파릇파릇한 원추리 군락에서 순이  풍성하게 올라왔지만

비가 내리고, 눈도 내리며 기온이 다시 매서워져 다음번 겨울을 위해 세탁해두었던 롱 패딩을 꺼내 입었다.


  

  한순간 헤어져야 했던 U가 있다. 지금은 우회적으로 소식만 전해올 뿐 내 쪽에서 다시 관계를 유지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원인은 나의 삶에서  중요했던 '자식들의 진로'에 관한 나의 애씀에, 원치 않은 조언과 간섭이었다. 그 일은 당시 나를 몹시 언짢게 했다.

  

 사람 사는 것! 저마다 자기 세상 구축하느라 얼마나 분주하고 바쁜가? 한 개인의 세상은 우리가 말하는 World가 아니라 오로지 개별적 세계 아니던가? 달라도 너무 다른

목표를 저마다 추구하는 게 사람이다.

 

  아침에 창을 여니, 여느 해와는 다른 포슬포슬한 봄 눈이 흰나비의 날개처럼 내리고 있다. 더 이상 눈 내리는 풍경을 찍지 않았던, 코비드-19 기간이었다.


 

 내일이면 다들, 제 삶의 답을 스스로 찾을걸 알기에, 일순간 걱정을 떨쳐버리고, '집과 정원이 눈 속에서 풍경으로 피어나는 장면'을 보려고 J와 나섰다. 큰 창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서.


 

  낯선 곳에 터를 잡고, 심고 기른 정원의 곳곳과 나무들,

카메라 렌즈 위로 연신 내려앉는 눈송이를 털어내며,

2022년 3월 19일 아침 풍경에 마음을 다 쏟았다. 다시 평안이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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