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씩

홀로 사는 즐거움에서

by 이경희


아침에는 진눈깨비가 내렸다. 하지만 곧 빗줄

바뀌었는데, 비가 오는 중에도 올해의 마

지막 일 남천 심기와 땅 표면 고르기를 마친 J

나는 함께 산책길에 나섰다.

멀리서 '백구'가 고래고래 짖어댄다. 이웃집 개

이니 나와도 친해져야 할 것 같아 손을 흔들며

'안녕'을 외친다. "나의 목소리를 알까?" "고깃

뼈라도 한번 던져줘야 하나?" "이사온지가 언

제인데 이렇게 멀리서만 보고 있어야 하나?"


처음엔 윗마을에 있는 천연기념물 반송이 있는

곳까지 나서서 걷기가 쉽지 않았다. 집 뒤의 시

루봉은 900 고지에 가깝다고 한다."저기까지는

언제쯤 가볼까?" 이 동네의 운치는 단연 안개

다. 안개속을 헤치고 나아가노라면 신비한 나

무들과 산과 마을이 온통 안개에 싸여있다가

다가가면 수채화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시루

봉의 높은 산봉우리는 눈으로 덮있다. 같은

마을이지만 산골 안동네는 날씨도 겨울의 풍

경도 다르다.


외진 곳에서 조용히 살다보니 가끔씩 법정

스님이 생각난다. 어떻게 혼자서 전기도 없는

깊은 산골 오두막에 사셨을까? 유언으로 당

신이 집필하신 책 모두를 절판하라 이르셨다

는 말씀에 혼비백산하여 외국에서 책 주문을

넣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 와서 주문한 자

동차가 배달된 첫날 갔었던 곳이 '실상사'

였다. 오늘 스님의 글을 읽으며 인생길을 어

떻게 걸어야 할지 지혜를 얻는다.



1959년 티베트에서 중국의 침략을 피해 80이

넘은 노스님이 히 밀라야를 넘어 인도에 왔다.

그때 기자들이 놀라서 노스님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토록 험준한 히말라야를

아무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넘어올 수 있었습

니까?"

그 노스님의 대답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왔지요."

-홀로 사는 즐거움 중에서-


사진: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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