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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Nov 26. 2015

즐거운 편지 (삼남에 내리는 눈-황동규)

시집 한 권 필사에 그림까지....


 "어떤 시인을 좋아하세요?" "마음에 남아 있는 시가 있나요?" 나에게는 황동규 시인과 그분의 시가 그렇다. 대학 입학 후 구입한 첫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 -시를 읽다 감동을 주체하기 어려워  sketch block을 한 권 샀다. 첫 시부터 옮겨 쓰며 시의 내용에 어울리는 삽화를 그려 넣었다. 아는 분을 만나 나만의 새로운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분의 박사 과정 지도교수라며 훗날 시인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했다고 했다. 여대생이 생면부지인 자신의 시집 한 권을  필사하여 시에 어울리는 그림까지 그렸다는 것에 시인 무척 감동하셨다고 한다. 눈 내리는 오늘과 어울리는  시집 속의 두 번째  '즐거운 편지'는 여전히 잔잔하고 좋다.



즐거운 편지       

                      -황 동 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맬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

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하루 종일 눈이 내렸다. 집 앞 정자에도 집

   뒷마당 기와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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