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와 나

2화. 엄마를 위한 촬영 현장 ①

제로 투 원

by 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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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엄마를 위한 촬영 현장 ①


제로 투 원


지금은 아이를 기르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현장을 꿈꾸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출산 후 초반에는 아이에게서 벗어나 현장에서 온전히 나로만 존재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 하지만 욕망이 큰 만큼 난관도 컸다. 시원이의 경우 내가 2시간을 외출하면 2시간을, 3시간을 외출하면 3시간을 울었다. 남편이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시원이는 엄마의 손길, 엄마의 목소리가 아니면 편하지 않은지 절대 잠들지 않았다. 사실 꼭 시원이가 아니더라도, 갓난아기라는 존재는 원래 배고파도 졸려도 조금만 불편해도 계속 운다. 하지만 이동시간 포함 3시간 정도의 짧은 외출로 정말 중요한 볼일만 보고 왔는데도 녹초가 된 남편과 울어서 목이 쉰 아기를 보게 되면 아무리 일하고 싶은 욕망이 큰 나라도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한동안은 가족들이 와서 봐준다고 해도 외출할 용기를 못 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그나마 시원이가 친언니의 품에서는 나와 비슷함을 느꼈는지 잘 놀고 잘 자서 언니에게 맡기고 일을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조금씩 혼자 하는 외출을 연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홍보영상 시나리오 문의가 들어왔다. 지역 내 마트 홍보에 대한 자문과 함께 영상 시나리오만 작성해 주면 되는 일이어서 촬영 현장에 나갈 일이 없다는 말에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수락을 했다. 일을 중개해 준 곳의 담당자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미팅을 할 때에도 양해를 구하고 시원이를 유모차에 태워 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모든 게 그렇게 순조로웠는데, 웬걸. 촬영감독이 이쪽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이 많지 않다며 연출자로서 함께 촬영에 동행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아닌가. 시원이를 맡기려면 또 언니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촬영은 내 업무 밖의 일이어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대구와 칠곡군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해야 하는데 자동차가 없다는 말에 걱정이 되어 결국 동행하기로 했다. 촬영은 이틀이었는데, 하루는 언니에게 시원이를 맡길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하루는 어려웠다. 그래서 마트 내부 촬영을 할 때에는 모델비도 아낄 겸 아기와 함께 출연을 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시원이를 데리고 갔다. 마지막 촬영일이라 다들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프로젝트 담당 매니저와 마트 담당자 등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기를 출연시키기 위해 데려왔다고 하니 반겨주시며 다른 촬영이 이뤄질 동안 시원이와 함께 놀아주시기도 했다. 촬영 막바지, 드디어 나와 시원이가 함께 출연해서 마트를 구경하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시원이가 생각보다 연기를 잘했다. 물건을 손으로 가리키기도 하며 적절한 타이밍에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순간 시원이가 커서 배우가 되는 상상도 했다. 시원이가 혹시 나중에 배우가 된다면 이렇게 인터뷰하겠지?

“엄마 일 따라갔다가 홍보 모델로 처음 데뷔하게 됐어요~”


갑자기 얼떨결에 하게 된 촬영 덕분에 조금 자신감이 붙었는지, 시원이와 함께하는 촬영 현장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그래서 이 다음에 도전한 것이 떡볶이 홍보영상을 우리 집에서 찍기로 한 것이다. 친한 촬영 감독님의 부탁으로 참여하게 된 일인데, 원래는 스튜디오를 빌릴 예정이었으나 주어진 상황 안에서 조리가 가능한 스튜디오를 찾는 것이 어렵고, 우리 집이 스튜디오처럼 예쁘게 나오기도 해서 촬영 장비를 우리 집으로 가져오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그렇게 진행을 했다.

시원이가 삼각대에 관심을 보이며 재밌게 노는 사이 두 번째 촬영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는 아기가 있어도 촬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로 영화를 다시 찍을 날을 기대하며 시원이와 함께 라디오 녹음도 하고, 인터뷰 촬영을 하며 점차 일을 늘려갔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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