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와 나

3화. 엄마를 위한 촬영 현장 ②

첫 번째. 통제 가능한 바운더리 만들기

by 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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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엄마를 위한 촬영 현장 ②


엄마가 영화 찍는 법


2023년 여름, 나는 아기를 낳은 지 1년 반 만에 단편영화 세 편을 연달아 찍으며 현장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작품은 공동각본 겸 연출을 맡았고, 두 번째 작품은 연출 겸 촬영감독을 맡았고, 세 번째 작품은 각본 겸 연출을 맡았다. 7개월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세 작품을 연달아 제작하다 보니 힘들었지만, 세 작품 모두 내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에 내 스케줄에 최대한 맞춰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세 작품의 촬영 현장 모두 각기 다른 방법으로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첫 번째. 통제 가능한 바운더리 만들기


첫 번째 작품 <피바람이 분다>는 내가 현재 운영위원으로 있는 배리어프리 비영리모임인 <파괴왕>에서 제작한 영화다.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배리어프리 영화제에서 상영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화면해설을 어떻게 넣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만들었고, 촬영 현장에서도 참여 스태프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목발과 휠체어를 겸하여 사용하는 스태프도 있었고, 카페인 음료를 잘 마시지 못하는 스태프도 있었고, 고기를 먹지 않는 스태프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육아를 하고 있는 스태프였고, 우리는 모두가 함께하면서도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했다. 다른 부분들은 사전 조사와 물품 준비 단계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었지만, 육아 병행의 경우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다. 우선은 영화의 주된 촬영지를 나의 고향인 거창으로 했다. 그래서 가족들이 아이를 대신 돌봐주다가 아이가 나를 보고 싶어 할 때면 한 번씩 촬영장을 찾아 엄마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촬영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밤에 잠깐이라도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잠깐씩 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하더라도, 영화 촬영 현장에서 특히 연출자에게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아이가 찾아와서 나를 보는 시간만큼 현장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아이가 현장에 오는 일이 잦아질수록 모두가 힘들어지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친언니, 남동생 내외의 도움으로 시원이는 내가 촬영을 하는 내내 나를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원이가 촬영 내내 나를 보러 온 것은 한 번뿐이었다. 그것도 언니가 힘들어서 잠시 쉬고 싶다는 이유로 말이다. 나는 엄마 없이도 잘 지내는 시원이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섭섭했다. 내가 한두 시간만 외출해도 엉엉 울던 아이가 며칠 동안 엄마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도 잘 먹고 잘 놀고 있다니… 수개월 전 처음으로 시원이가 내 손을 떠나 아장아장 걸어가던 뒷모습을 보며 언젠가 나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나갈 아이의 미래를 떠올렸을 때가 생각난다. 아이는 내가 모르는 사이 훌쩍 자라 있었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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