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쪼개서 촬영하기
5화. 엄마를 위한 촬영 현장 ④
세 번째. 쪼개서 촬영하기
두 번째 영화 <거기 모든 이들> 촬영을 진행하면서 한 가지 고민했던 점이 있다. ‘앞으로 영화 촬영이 있을 때마다 가족들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면, 나는 이것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내가 내 삶을 살듯이, 가족들도 가족들의 삶을 살아야 한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야 한 번씩 부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일상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세 번째 영화를 통해 생각보다 빠르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영화 <우리들의 네모>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청년예술가육성지원사업’의 결과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5명의 청년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단편영화로 만들어야 하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보통의 단편영화에서 활용하는 주·조연 배우의 수는 4명 내외이고, 단편이든 장편이든 주인공은 한 명이다.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은 두 명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사실 잘 살펴보면 주인공은 한 명이다. 아무튼 열다섯 명의 주인공은 정말 난도가 높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기관 측에서도 한참 골머리를 앓다가 내게 SOS를 보냈다.
세 번째 작품도, 내가 가진 고민도 답은 ‘쪼개기’였다. 우선, 영화는 하나의 주제 아래 각각의 예술가들의 특성을 담은 세 개의 이야기로 나눠 옴니버스식으로 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촬영 스케줄도 쪼개지게 되었는데, 한 번에 몰아서 하지 않다 보니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는 시간을 활용해서 충분히 촬영할 수 있었다. 또 운 좋게 주말에 스케줄이 잡히면 남편이 아이를 케어할 수 있었고, 아이의 하원 시간에 애매하게 스케줄이 겹치면 아이와 함께 촬영을 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들의 네모> 촬영은 현장에 나가는 일은 많았지만, 촬영으로 인해 시원이가 나와 떨어져 있는 시간은 적었다. 현장에도 두어 번 함께하면서 오히려 시원이에게는 재미있는 시간으로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랑 같이 앉아서 인터뷰 촬영을 구경하기도 하고, 짐수레를 같이 밀기도 하고, 자기를 예뻐해 주는 이모 삼촌들과 장난도 치면서 뛰어놀았으니까 말이다.
나 “시원아, 엄마랑 카메라로 촬영하러 가니까 어땠어?”
시원 “음… 좋아.”
나 “시원아. 엄마랑 또 일하러 가고 싶어?”
시원 “응.”
나 “가면 시원이는 뭐 할 건데?”
시원 “음… 놀이터 산책 갈래.”
아직 촬영장이 엄마의 일터라는 인식은 없는 것 같지만, 이래 봬도 함께 나가면 나름 눈치를 챙겨가며 노는 똑똑이 아가다. 하하…
힘은 들었어도, 이어진 세 번의 촬영은 정말 많은 공부가 됐다. 무엇보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촬영 방식을 발견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또 가족들은 가까이서 내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영화 촬영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졌고, 일정을 쪼개서 촬영하며 남편과의 육아 분담도 연습할 수 있었다. 아직은 맞춰가야 할 부분들이 많고, 어떤 영화를 만나는지에 따라 새로운 방법들을 고안해 내야 하겠지만, 적어도 하나, ‘엄마가 눈치 보지 않는 현장을 만드는 것’만큼은 공통분모로써 가져가고 싶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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