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와 나

9화. 엑스트라가 주연인 영화 ②

extraordinary

by 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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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엑스트라가 주연인 영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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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영화를 한다는 것이나 성별이 남성이 아닌 것은 영화인으로 살아가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거기에 더해 나는 육아를 하는 여성이 되면서 더욱 메인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영화로 치자면 엑스트라 중의 엑스트라가 된 상황이랄까. 원래도 비주류에 속했지만 한 발짝 더 뒤로 물러나 보니 평범한 사람들의 매력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그 이야기는 특별해졌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사람은 더 이상 평범한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의 외형은 다른 사람과 구분되어 눈에 확 들어오게 되고, 목소리나 눈빛, 말하는 습관들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기억에 남았다. 주인공 같은 매력이 넘쳤다.


평범함을 갈망하는 엑스트라 중의 엑스트라의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 <운영위원회>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은 나를 투영해 만든 인물로 4살 된 딸의 육아로 인해 일을 쉬고 있는 영화감독 ‘미현’이다. 두 돌이 지나면서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게 된 미현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떠밀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에 들게 된다. 그저 분기별로 한 번씩 얼굴만 비추면 될 줄 알았던 운영위원회는 열정 가득한 한 엄마가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얼떨결에 어린이집 행사에 뮤지컬 공연을 올리기로 돼버린다. 미현은 영화감독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대본을 쓰는 일을 맡게 되고, 2년 만에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쓴다. 잊고 있던 꿈과 열정이 되살아나며 일상 속에서도 활기를 되찾는 미현. 운영위원회의 다른 엄마들 모두 저마다의 숨겨두었던 능력을 발휘해 뮤지컬의 규모가 점점 커진다. 점점 다가오는 공연 날짜에 부담도 덩달아 커지는 와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회의를 하고, 의상과 소품 준비를 하다 보니 크고 작은 위기에 봉착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들의 파워로 멋진 공연을 선보이며 영화의 막이 내린다.


육아라는 공감대가 생긴 덕분인지, ‘범죄도시’나 ‘글래디에이터’, ‘바람’ 같은 액션·누아르 영화를 좋아하고, 판타지 무협소설을 즐겨 읽는 남편 쭌이 처음으로 재밌다고 해 준 내 이야기다. 매번 나의 성장을 위해서 하는 비판이라며 미운 말을 쏟아내던 입에서 재밌다는 말이 나오니 믿기지가 않아서 진짜냐고 몇 번을 물었다. 나를 투영한 주인공의 이야기다 보니 나도 함께 인정을 받은 것 같았다. 세상에서의 주연이냐 조연이냐 하는 것보다 가까운 사람의 인정을 받는 것이 훨씬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으니 남편 분량도 좀 더 추가해 줘야겠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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