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와 나

8화. 엑스트라가 주연인 영화 ①

비주류 인생 골라 담기

by 명선
8화-1.jpg
8화-2.jpg
8화-3.jpg
8화-4.jpg


8화. 엑스트라가 주연인 영화 ①


비주류 인생 골라 담기


인생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할 때에 기준으로 두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 경우에는 재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게 ‘재미있다’라고 함은 새롭거나, 의미 있거나, 낭만을 실현할 수 있거나, 일을 제안한 사람이 마음에 들었을 때를 의미한다. 재미가 있다고 느끼는 일에는 아이디어가 마를 일이 없고 결과도 좋지만, 끌리지 않는 일을 하면 머리도 손도 굳어버려서 결과도 좋지 않다. 게다가 취향도 남들과 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어렸을 때는 좀 더 까다로우면서도 특이한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범생이기도 했다. 까탈스러운 성격으로 스스로가 복장 규정을 벗어나는 것을 싫어했고, 학교를 마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아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었던 게 좋게 작용했다. 그렇게 조용히 책을 읽고, 열심히 공부하던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봄에 자퇴를 했다. 학교는 더 이상 내게 아는 즐거움도, 실현할 낭만을 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다람쥐 쳇바퀴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새롭고 재미있는 공부를 찾아다니고 싶었다.


학교를 나와 재미있고 잘 맞을 것 같은 일을 찾다 보니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서울은 복잡해서 살기 싫고,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가 좋았다. 그래서 ‘영화의 도시’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친척 어른들이 많이 살고 계신 부산에 새로 터전을 잡았다. 그렇게 부산에서 어린 날의 패기와 열정으로 세상 공부를 하던 중 허리가 무너져 고향인 거창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마지막 낭만을 불태워 보자며 자전거 무전여행을 떠났다가 인연이 닿은 두 사찰, 의성 대곡사와 고창 선운사에서 4년간 지내며 시나리오 공부를 하기도 했다.


건강을 되찾은 후에는 다시 부산으로 가서 2년 정도 직장 일과 영화를 병행하며 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코로나 2차 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7월에 대구에서 남편 쭌이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 후, 시원이가 생겨 현재까지 육아를 하고 있고, 배리어프리라는 새로운 화두를 가지고 영화뿐만 아니라 전시나 수업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충 읊어봐도 내 삶은 보통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그렇지만 보통의 삶과 아예 무관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서로 관련 없는 듯 보여도 촘촘하게 연결되어 나만의 개성이 되었고, 그래서 천재성을 가진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꽤 재밌는 작업들을 하기도 한다. 비록 부자가 되거나 유명세를 떨치지 못했고, 남들 보기에 성공한 건 아니라도 누군가 궁금해할 만한 삶을 살고 있다. 비주류임에도 불구하고 꽤 영화 같은, 재미있는 삶이지 않나?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알고 보면 비주류도 한 매력 한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7화. 병행의 역사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