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영화
10화. 엑스트라가 주연인 영화 ③
대구영화
“대구는 아무것도 없지~”
대구에 산 지 4년 차, 지금까지 만난 대구 사람들은 대부분 대구의 매력이 없다고 했다. 갈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서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할 게 없단다. 게다가 소비도시라서 돈을 쓸 데는 많은데 일자리는 없어서, 젊은 사람들이 살기가 힘들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진짜 그런가 해서 찾아보니 광역시 중에서 1인당 근로소득이 제일 낮기는 하다. 하지만 매력이 없다는 말은 내가 보기에 틀린 말 같다. 어떤 취향이라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는 곳이 대구다.
대구는 도시의 화려함과 로컬의 매력을 한 데 지닌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 팔공산이나 군위, 가창 같은 곳에서는 자연 풍경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재미있는 시장도 많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없는 게 없는 서문시장, 닭똥집으로 유명한 평화시장, 매운 오뎅으로 유명한 남문시장, 수산물로 유명한 매천시장, 생고기집이 많은 방천시장으로 꽤 많고, 음식으로 유명한 골목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동인동 찜갈비, 안지랑 곱창, 북성로 연탄불고기, 반고개 무침회 등등... 그리고 베이커리와 빵으로 유명해서 요즘에는 대구로 빵지순례를 오는 사람이 많다고도 들었다.
또 대구에는 특색있는 독립서점도 참 많고, 종이만 파는 가게, 마스킹 테이프만 파는 가게 등 힙하고 특색있는 소품샵도 많다. 그리고 비건식 식당이나 카페, 빵집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 같고, 애니메이션 굿즈샵도 엄청 많다.
대표적인 관광지로 소개되고 있는 곳들 중에서도 괜찮은 곳들이 많다. 이월드도 시즌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고, 수성못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먹고 겨울에는 빛 축제를 관람하며 산책하기 좋다. 하중도나 대명유수지, 도동서원, 옥연지 송해공원, 동촌유원지 같은 곳들은 인생샷을 건지기 좋은 생태관광지로 여유있게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이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달성 토성 마을’이다. 이곳은 도시재생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한데, 네 분의 마을 사람들이 화분을 꺼내 작은 화단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마을 전체가 아름다운 정원이 된 곳이다.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가면 더욱 알록달록한 모습의 골목정원을 만날 수 있는데, 터널정원과 나무로 된 작은 건물에 있는 정원은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이 길을 걸으며 대사를 주고 받는 주인공을 상상하며, 언젠가는 이곳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더랬다. 로마의 매력을 가득 담은 영화 <로마의 휴일>처럼 대구의 매력을 가득 담은 <대구영화>를 언젠가 꼭 선보이고 싶다.
“대구는 영화하기 힘들지~”
대구에서는 영화를 하기가 힘들다는 사람도 많다. 일단 영화를 하는 사람도 적고, 현장도 적어서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다. 광역시인데도 영상위원회도 없고, 다른 지역에 다 있는 시청자미디어센터도 최근에야 생겼다. 영화인들의 구인·구직 사이트인 필름메이커스에서도 대구 현장은 찾아보기 힘든데, 이건 대구영화만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본 대구의 영화는 품앗이 개념이 좀 강하다. 현장을 꾸릴 때는 모집을 하기 보다는 아는 사람을 부르고, 그래도 사람이 모자라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부른다. 그래서 이 현장을 가도 저 현장을 가도 만나는 사람이 비슷하다. 그리고 원래 영화 현장에는 ‘감독’들이 많지만, 대구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감독님’이라고 부른다. 왜 그런가해서 물어봤더니, 다른 현장에서는 감독을 했던 사람이란다. 이런 사실을 알고 ‘대구영화데이터베이스’ 사이트를 보면 필모그래피가 많이 겹치는 걸 볼 수 있다.
서로를 잘 알고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구영화인들은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 팀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신인 감독들도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좋은 단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고, 함께 성장하며 경쟁력 있는 장편 영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나 같은 이방인이나 대구영화학교(대구영상미디어센터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 출신이 아닌 영화인 지망생은 그들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점, 그리고 작은 규모의 실험 영화들보다는 규모가 좀 있는 단편영화 촬영이 많아서 신인 감독과 스태프들이 직접 부딪히며 배울 수 있는 현장이 적다는 점, 기술 파트 외에 작가나 연출부, 혹은 제작부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기회가 더 적다보니 대구에서 영화를 지속하기보다는 타지역의로의 유출이나 그만두는 일이 많다는 점 때문에 그만큼 신규 현장이 늘지를 않아서 새로 시작하는 영화인들의 성장동력이 부족하다는 단점들은 있지만, 그건 지원이 늘고 사람과 현장이 늘면 어느정도는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찾아보면 영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많기 때문에, 꼭 기존의 대구영화인들의 루트를 그대로 따라하며 영화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되면 좀 더 현장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나도 현장을 따라가는 사람이기보다 현장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작업들을 하고 있으니 한 번 믿어봐도 괜찮다. 그리고 어디서 하든, 영화는 좀 힘든 게 맞다. 그리고 힘든 게 영화의 매력이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