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와 나

11화. 해피이벤트 ① - 예습

예습 - 영화 <해피이벤트>

by 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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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해피이벤트 ① - 예습


영화 <해피이벤트>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엄마가 되는 일에 대해 가르침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신기하게도 ‘진짜 육아’에 대해서는 잘 얘기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직접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당혹과 불안 속에서 부랴부랴 현실을 헤쳐나간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 힘들었던 기억은 어느새 잊혀졌다가 둘째가 생기면서 다시금 깨닫곤 한다.


2013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 <해피이벤트(happy event/출생, 탄생을 뜻함)>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 여성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몸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안에서 여성이 느끼는 무력감과 우울감, 그리고 처절한 감정들을 어쩜 그렇게 잘 묘사했나 했는데, 프랑스의 여성 작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의 자전적 소설 <행복한 사건>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이해가 갔다. 만약 당신이 이미 누군가의 엄마라면 아래의 대사들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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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몸을 조종하듯이 내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명령하는 것 같았다. 내가 채식주의자인 걸 잊게 했고, 이유없이 울게 하고, 이유없이 웃게 했고, 아침형 인간에서 밤도깨비로 만들었다.”


“왜 아무도 말 안해 줬을까? 왜 엄마도 말 안 해줬지?”


“매일 같은 일 반복에 내 시간이라고는 없어. 종일 집안일에 애나 보고 나란 존재는 없잖아.”


“나도 사랑받고 싶고, 관심 받고 싶어”


“감옥살이 같아. 1년동안 외출도 못했어”


“뭘 해도 기쁘지 않고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


“나 자신을 찾을 시간이 필요해”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 준다. 그래도 계속 풀리지 않는 건, 그건 인생이다.”


- 영화 ‘해피 이벤트’ 중, 격한 공감을 사는 바바라의 대사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10년 전, 스물 두 살 어린 나이에 연애 경험도 없을 때였다. 신선하고 재밌는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부산의 예술영화전용극장 국도예술관을 좋아해서 뻔질나게 드나들다가 얻어걸린 명작이었다. 당시에는 임신부의 성욕 해결에 대한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는데, 육아를 하다보니 이 영화의 다른 장면들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리 아기를 가지고 싶어”

“가지게 해줘”


영화 속 연인들이 달아오르는 몸의 열기에 취해 달콤하게 속삭인다. 스물 두 살의 나는 침을 꼴깍였고, 영화 속 장면은 여느 영화와 다름없이 로맨틱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주인공들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멈칫 할 것 같다. 결혼을 말리는 유부들의 심정처럼, 좋은데 힘든데 좋은데 힘드니까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보기를 바랄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사랑의 결실을 원했고, 아기가 태어난다. 주인공 바바라는 독박 육아를 하느라 조교수의 기회를 놓치고, 남편 니콜라스는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에 다닌다. 각자 육체적 정신적으로 내몰리며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만 되풀이하는 바바라와 니콜라스가 안타깝다. 사랑했고,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둘이지만, 관계는 점점 악화 될 뿐이었다. 결국 둘은 잠시 시간을 가지기로 하고,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줬다. 풀리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것은 인생이었다.


성교육을 한다면 (청불이지만) 이 영화를 틀어줬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본다면 애인 혹은 배우자와 함께 보면 좋겠다. 함께 본다면 싸우지 않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쓰며 보면 좋겠다. 이 영화는 임신, 출산, 육아를 선택한 당신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육아를 하게 된다면 부부 모두 꼭, 각자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기를 바란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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