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
20화. 아티맘 이야기 ①
엄마와 나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
육아를 하면서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초반에는 정말 많이 외로웠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내 고통을 짐작만 했지 완벽히 공감해 주지 못했다. 각자의 삶이 바쁘니 내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도 부족했다. 나를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은 내가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조언은 해 줄 수 없으니 그것 또한 안타까워했다.
“나는 결국 엄마가 되었고,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예술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엄마로서 삶이 시작되면서 예술계에서 어떠한 식으로든 엄마됨을 마주할 기회가 극히 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상태와 예술의 틈에서 자주 외로웠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찾아 공감하고 연대하고 싶었다. 예술계 안에서의 엄마됨은 어떤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그렇게 나의 외로움과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 책 <자아 예술가 엄마> 중에서
북 페어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자아 예술가 엄마>에서 처음으로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지구 곳곳에 육아와 예술을 병행하면서도 자신의 작업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아는 것만으로도 내면에서 힘과 용기가 솟아났다. 인터뷰 방식의 책이라, 곁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해 더욱 친근하고 따뜻하게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내가 엄마가 된 상태에서 타인에게 처음 받은 위로였다.
새로 생긴 ‘엄마로서의 나’라는 정체성이, 그동안 나를 이루고 있었던 ‘영화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잡아먹고 있다고 느껴 ‘자아분열에 대한 혼란과 위기감, 그리고 원래의 내가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는 내게, 이 책은 두 개의 정체성이 공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사라지지 않을 수 있구나. 계속 해 나갈 수 있구나.”
순간 안심이 됐다.
방식을 찾는 건 여전히 내 몫으로 남아있었지만, 그건 괜찮았다.
내 삶이니까 당연히 답은 내가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로서도 예술인으로서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 기뻤다.
나도 내 인생을 계속 살아갈 수 있음에 기뻤다.
그걸로 충분한 위로였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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